2022년 12월 26일 오전 11시 14분
한양에서의 학부 졸업 직후 독일에 나와 유학을 시작했고, 석사 과정을 마쳐 갈 때에 오케스트라 단원 오디션에 서른두 번 지원하였다. 그중 열 번 시험에 초대 되었으나 아홉 번 최종 탈락했다. 아홉 번의 오디션 중 일곱 번은 1차에서 탈락, 여덟 번째로 보았던 오디션은 2차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아홉 번째 오디션은 파이널에서 떨어졌다. 거절 감은 자주 경험해도 익숙해지지가 않는 감정이다. 포기하고 싶었으며 동시에 포기하고 싶지 않은, 그런 회색의 감정들로 칠해지던 시간. 그렇기에 열 번째 오디션은 더욱 간절했다.
언제나 동경하는 체코 필하모니, 유서 깊은 유럽의 사운드를 만드는 오케스트라다. 또 프라하에 있는 홀에 상주하고 있었기에 더욱 원했다. 여느 때 처럼 오디션을 마치고 결과를 메일로 받았다. 늘 봐오던 거절의 단어, Unfortunatly 또는 Leider(독일어로 안타깝게도)로 시작하는 문장이 아닌, We are delighted 로 시작하는 문장을 처음 보고 참 기뻤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있는지 몰랐던 가슴의 체증이 쓸어져 내려가는 듯한. 그렇게 체코 필에서 아카데미 단원으로 함께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꿈같은 시즌 오프닝 연주 안내가 왔고 곡은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 자연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거대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표현된 점이 매력적인 곡이다. 지휘자는 세묜 비치코프, 진심으로 동경하던 음악가이다. 내가 체코 필의 소리가 되어 연주 된다니. 어려서부터 꿈꿔 왔던 소중한 소망이 실현되는 느낌이었다. 클래식을 동경하여 악기를 시작했고, 연주자가 되었고, 유럽을 동경하여 독일로 유학을 나오고, 수많은 오디션들을 보고, 그리고 동경해온 지휘자가 연주하는 관현악단의 구성원이 되어 함께 연주하고 있다. 이때까지의 나의 시간들, 그리고 그 도전들의 원동력은 동경이었던 것 같다.
글 정원철 / 편집 이지호
편집자의 글
중꺾마, 희박한 확률로 16강에 진출했던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전한 감동으로 만들어진 밈이다.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뜻. 거절감은 본문에서 그의 말대로 익숙해지지 않는다. 나를 의심하게 되어 깊게 외로워지는 시간들
정원철이 그것들을 견딜 수 있었던것은 동경이라고 한다. 크고 작은 거절감들을 견뎌야 하는 일이 불가피한 젊음의 때에 안타깝게도 그것들을 피할 수 없고, 나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면, 우리 안에 있는 무언가 하나 붙들고 "중꺾마" 해야겠다.
글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