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3일 오후 4시 30분
석사 마지막 학기, 박사 오디션을 준비하는 와중이라 학구열이 불타던 시기다. 당시 야심 찬 마음으로 들었던 ‘music analysis’라는 수업이 있었다. 박사 필수 이수 수업으로 당시 석사과정이었던 나는 들을 필요가 없던 수업이었지만,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추천이 많아 설레는 마음으로 수강을 신청했다.
수업을 맡으신 교수님의 전공은 음악이 아닌 인지과학이었다. 인지과학이란 인간의 내면이 외부로부터 오는 모든 정보를 어떤 과정으로 처리하게 되는지를 연구하는 과학이다.
첫 수업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보통 수업이 시작되면 가장 기초가 되는 이론부터 천천히 넓혀 가지 않는가. 이 수업은 바로 advanced 레벨의 수업을 진행하셨다. 인디애나의 예비 음악 박사들이라면 수업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스스로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인지과정’에 대한 깊은 지식과 관찰력을 통한 교수님의 분석은 간단한 듯 보이나 빈틈이 없고 명쾌해서 어떤 리듬감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분석의 근거는 작품의 당시 음악사와 음악이론으로 논리적인 서사가 전개되어 한 작품에 녹아있는 많은 인문학을 경험할 수 있었다. 지식인의 깊은 사고를 관찰 하는 것은 학문적인 쾌감이 있었다.
과제와 에세이를 정말 많이 내주셨는데, 작품 분석에 명료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논문과 서적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내 분석, 그러니까 내가 음악을 뚫어보는 시각을 강화하는 시간들이었다. 수업을 추천했던 이들의 말처럼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음악의 형식과 분석에 있어 이러한 훈련의 과정을 거치니 새로운 곡을 받아들일 때의 소감이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 곡이 구조와 화성을 통해 드러내는 성격을 짚어낼 수 있게 되니, 그 위에 ‘근거 있는’ 나만의 해석을 녹여 내는 것이 수월해지고 더 즐거워졌다. 음악가로서 자신만의 해석을 가지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음악의 분석. 그러니까 작곡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사유하는 과정은 필수적이구나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글 김진주 / 편집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