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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과정의 끝자락, 음악적 독립에 관하여

2023년 7월 3일 오후 10시 00분
어느덧 박사과정의 끝자락에 와있다. 공부가 마무리 되어갈 즈음에는 “나도 한 명의 음악가, 연주자로 준비되어 있지 않을까?”라고 상상했지만 여전히 연주에 있어서는 항상 부담이 따르고 막다른 길이라 느껴지는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다.
박사과정의 모든 course ork가 끝났기에 음악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가이드를 주시는 교수님이 없다. 그것을 생각할 때면 졸업이 성큼 다가왔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고 과연 음악에 있어서 나는 이전의 시간과는 다르게, 그러니까 더 이상 학생이 아닌 음악가로서 홀로서기가 가능할지, 아직 맞닥뜨려 보지 않았기에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오히려 ‘기본’에 집중하려 한다. 처음 곡을 익힐 때, 물리적으로 곡에 익숙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곡이 쓰인 시대의 배경을 파악하는 것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악기의 시대적 특징, 작품의 문화적 뉘앙스, 작곡가의 typical 한 특징 외의 특별한 점들을 파악하려 노력한다.
새로운 곡을 익힐 때는 곡의 여러 음반을 항상 재생 시켜놓고 귀로 음들을 익히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진다면 음반 감상을 최대한 피하게 한다. 다른 피아니스트의 해석에 나도 모르게 의존하는 것을 지양하기 위해서 말이다.
연습으로 곡이 무르익어 갈 때쯤에는 근거가 있는 주관적 해석을 넣으려 노력한다. 어떤 진행이나 화성이 왜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에 대해 근거를 답습하고, 그것을 토대로 어떤 스토리를 입혀내고 싶은지 생각한다.
지금까지 수십 번의 리싸이틀을 해왔지만, 무대에 올라가 연주하는 것은 언제나 처음처럼 긴장되고 두려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여태까지 공부한 것을 자신감의 근거로 삼아 떨리는 심장을 누르고 표현하고 싶은 구체적인 것들을 프레이즈와 화음, 색채를 통해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다.
어느덧 박사 과정이 끝나가는 피아니스트의
음악적 독립에 관한 노트
글 김진주 / 편집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