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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아파트 구했던 이야기

2023년 3월 21일 오후 7시 30분
미국에서 처음 집을 구할 때나 주에서 주로 옮겨가는 경우에, 살게 될 아파트를 직접 투어 하지 못하고 후기와 사진 만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입학 시험과 오디션 등으로 신경 쓸 것이 너무나도 많기에 정작 삶과 직결된 거주 공간에 크게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운이 좋아 좋은 컨디션의 집을 구하게 된다면 다행이지만 생각한 것과는 달리 열악한 환경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은 박사과정을 위해 인디애나주에서 미시간주로 이사 했는데, 사정상 아파트를 실제 투어 없이 계약했다. 아파트의 첫인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있을 것 다 있었고, 쾌적했다. 하지만 곧 충격적이게도 이 아파트에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저녁이었다. 반주 일정과 독주회를 위한 연습으로 저녁을 먹지 못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부엌으로 가 시리얼에 우유를 붓고 있었다. 빨리 식사를 해결하고 전자 피아노로 부족한 연습을 보충할 생각이었다.
그러는 와중, 발 근처에서 익숙하지 않은 존재감이 느껴졌다. 아직 닿지 않았지만, 살아있는 것의 움직임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시선을 밑으로 옮겼을 때 마주하게 된 것은, 덕지덕지 긴 수염이 붙은 주둥이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 내 발바닥만 한 생쥐였다.
또, 미국 집은 대부분의 경우 바닥이 카펫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소재의 특성상 쓸고 닦는 것이 의미가 없다. 카펫은 보통 몇년에 한 번 교체한다고 하는데, 내가 사는 시기가 카펫을 교체하기 직전의 상태라면 삶이 아주 고되진다. 피부염으로 1년간 고생하며 더러운지 깨끗한지 알 수 없는 카펫을 원망한 기억이 난다.
살기 좋은 집을 만나는 방법은 사실 미국이라고 해서 특별한 법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거주할 도시에 한 달정도 미리 도착해 호텔이나 Airbnb에 머물며 아파트 후보들을 투어 하거나, 시세보다 비싼 집을 선택하고 비용을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유학생들 그리고 미국 유학을 염두하며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시간과 돈이라는 비용의 효율적인 운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내가 겪은 불편과 비슷한 것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역만리 타지로 와 혼자서 공부를 진행 한다는 일 자체가 위와 같은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을 참고, 극복하고, 해결해야 하는 모험의 과정이다. “젊을 때 아니면 언제 이런 갖가지의 고생을 하겠어.”라는 생각을 하며 어느새 박사 과정 2년 차를 지나고 있다.
글 김진주 / 편집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