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술가
home
NEXTPROJECT
home
🇨🇿

코로나 유학

2023년 1월 10일 오후 6시 41분
독일유학을 시작할 때, 많은 합주와 솔로 연주에 설 생각에 부푼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거의 모든 연주가 취소 되었고, 학교는 연습실만 부분적으로 개방할 뿐 모든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 되었으며, 오디션들도 무한정 연기 되거나 취소 되었다. 유학 하러 나와 학교에 입학 후 한달 동안 경험했던 독일은 코로나로 적막하고 차가웠다. 이대로 학교 일정만 소화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오케스트라 호른 단원 오디션을 볼 때에는 고음호른(Hohes Horn) 저음호른(Tiefes Horn), 두 가지 파트로 나뉜다. 처음으로 초대된 오케스트라 입단 오디션에, 처음으로 연주해보는 저음호른 곡이었기에 치밀하게 정성을 들여 준비했었다. 다행히도, 서류와 비디오 심사 이후 1차 오디션 초대장을 받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오디션은 무기한 연장되었다. 황당해서 평생 빠질 김이 한번에 다 빠지는 기분이었다. 오디션은 무기한 연장되었지만, 학교 클래스연주에서 오디션 곡으로 준비한 Neuling의Bagatelle 연주하며 아쉬움을 달랬었다. 이 당시에는 학교 홀에 10명이라는 인원 제한이 있었기에 한 명씩 들어가면서 연주를 했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해본 제대로 된 연주여서 그런지 감회가 새로웠고, 코로나 중에도 독일에서 공부를 하며 연주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단 한번이라도 주어졌음에 감사하며 연주했었다. 코로나와 함께 유학생활을 경험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원래는 이런데..” 였다.“원래는 클래스 연주 때 관객들이 찾아오고는 했는데”, ”원래는 우리가 1년에 한번씩 앙상블 연주를 하는데....”, ”원래는 우리가 정기적으로 이런저런 파티를 하는데....” 아쉽게도 나는 학교 입학 할 때 부터, 졸업 할 때까지 그 말로만 듣던 “원래 해 오던 것”을 경험 해 보지 못했다. 2020년 10월부터 시작된 락 다운과 통금으로 인해 클래스 친구들끼리 모여서 합주는 커녕 파티도 하지 못했었고 예전부터 학교를 다녔던 친구들한테 전래동화 듣듯, 코로나 이전의 분위기를 들으며 그 당시를 간접적으로 이해 하는 게 다였다.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진행 되었기에 남는 시간이 꽤나 많았다. 한국의 당근 마켓 같은 곳에서 작은 중고 자전거를 사서 만하임 근교에 모든 소도시들을 다녔다. 하이델베르크, 슈페어, 라덴부르크, 노이슈타트. 들판을 달리고 아름다운 장면을 눈에 담으니 좋은 에너지를 받는 듯 했고, 이 멀리까지 와서 공부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는 했다. 처음 유학에 나왔을 때 그런 어려움들이 있었기에, 지금을 더 감사하게 되지 않나 생각한다.
글 정원철 / 편집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