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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는 피아노의 시간 2

2023년 3월 31일 오후 1시 00분
내가 나의 선생님처럼 입시생을 가르칠 자신은 없었지만, 막연한 생각으로 아이들 가르치는 것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내 음악이 무엇을 말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누군가를 가르칠 자격이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어떤 일이든 제대로 하기 위한 동기가 없는 상태였던 것 같다.
반주든, 연주든, 티칭이든 하면 할수록 껍데기만 늘어나는 기분이었다. 뭐 하나 내 진심이 동력이 되어 굴러가는 일이 없어 체력만 소진될 뿐이었다. 음악을 공부할 기회의 시간 내내 “기계같다, 아무 생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평생 에튀드만 칠 거냐?” 등의 피드백을 들어왔는데 내 음악 문제들을 해결할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영영 이 상태로 멈춰 버릴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음악을 그만두는 것은 싫었다.
내 음악의 단점들은 음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아름답다고 말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쉽게 배척하며 꽉 막힌 내 성격의 단점들이 내 피아노와 닮았다고 생각되는 순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독일에 계시던 입시 선생님께서 독일로 와서 더 깊게 공부해 보는 건 어떻겠냐고 조언해주셨고, 그길로 바로 독일로 향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나왔다. 당시에 선생님이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대책 없이 고생만 하다가 포기하고 다시 돌아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어느 정도로 대책이 없었느냐 하면은, 영어도 독일어도 한마디도 못 하니(한국어도 잘하는지는 모르겠다) 살기 위해서는 독일어를 빨리 배우겠지, 우선 가면 독일의 내가 어떻게든 해결 하겠지. 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대책 없이 행동으로 옮긴 것이 끈기가 부족하고 금방 흥미를 잃는 나에게 더 맞는 선택이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뭔가 상황을 바꾸고 싶다면 고민보다는 일단 움직이고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 준비 없이 나왔기 때문에 무엇을 준비하고 독일에 나왔으면 좋을지 뼈저리게 느꼈다. 다음 노트에서 그것들을 담아보겠다.
글 신예원 / 편집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