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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와 치즈 슈베르트 D.664

2023년 4월 17일 오후 4시 00분
독일에 입국한 첫 주는 입시 선생님과 함께 마트에서 산 물과, 사과 치즈만 먹고 살았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다고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타지에 준비도 없이 훌쩍 나왔다는 무모함을 체감하고 있었기에 모든 게 낯설고 두려웠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네가 사과랑 치즈만 먹게 쥐냐며 놀릴 때 “ㅋㅋㅋ”을 치기는 했지만, 얼굴은 웃고 있지 않았다.
늘 모든 것이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던 내가 외로움과 우울함을 느꼈다. 처음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들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기대고 싶었지만 내 발로 나온 유학이기에 어리광 부리기는 싫었다.
어느 날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누워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친구가 여러 말들과 함께 올려놓은 리히터의 슈베르트 D.664를 재생했다.
그의 연주는 나의 내면에 들어와 마음을 진동시키는 듯했다. 리히터의 소리에서는 한 음씩 무게를 넣어 누르는 건반의 깊이가 느껴졌고 그것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나에게 오는 것 같았다.
그렇게 혼자 있으며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알아갔다. 아름다운 순간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생겼고, 연습할 때 내가 내는 소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아름답고 좋으려면 내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되었다. 조금씩 내가 내는 소리에 내 생각을 넣게 되었던 것 같다.
혼자 있는 시간 덕에 최초로 음악에 마음을 마주 대어보고 내 소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첫 학기가 시작 되었고 오늘 첫 레슨을 받았다. 음악을 더 가까이 만날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
글 신예원 / 편집 이지호

편집자의 글

Schubert Piano Sonata No.13 in A major D.664의 빠르기는 Allegro moderato로 적혀있다.
Allegro는 ‘빠르고 경쾌하게’로 번역되고, Moderato는 ‘보통 빠르기’로 번역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알맞은 빠르기, 알맞은 타이밍’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리히터는 D.664를 다른 연주자들 보다 확연히 느린 템포로 해석한다. 그가 구사한 “알맞은 경쾌함”이란 젊고, 신나고, 외향적인 것이 아닌 마음을 눌러 담아 천천히 쓰인 글자의 운율을 닮았다.
언제나 감동적인 리히터의 템포 역설이다
글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