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빈/Emancipation From/장지에 수묵채색/100X80.3/2024/300,000
김가빈/Emancipation From2/장지에 수묵채색/65X50/2024/150,000
김가빈/Emancipation From3/장지에 수묵채색/65X50/2024/150,000
21 세기는 정보 홍수의 시대다. 미디어를 통해서 흡수되는 정보의 양은 과하지만, 일상에서 직접보고 듣고 느끼는 폭이 좁아지고 어제와 달라진 미세한 변화를 자각하기 어려워진다. 오늘 하늘은 어떤 색인지, 내가 매일 가는 길에 있는 건물들이 정확하게 어떻게 생겼는지, 위에서 보면 오늘 지나온 길은 어떻게 생겼는지와 같이 약간의 관심을 통해 볼 수 있는 요소들을 놓치고 살아간다. 직접 대상을 감각하지 않아도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되는 수많은 정보에 휩쓸려 정작 직접 감각할 수 있는 요소들을 감각하지 못하게 된다. 모순의 시대에서 둔해진 감각을 깨우고자 나는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보려는 시도를 한다. 다소 작고 별거 아닌 시도일 수 있지만, 이 작은 시도들을 통해 일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자 한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주관적으로 보고자 한다. 매일 다니는 길이더라도 나의 감정 혹은 날씨적 요소에 따라 매일 색다른 풍경으로 비춰질 수 있다. 때로는 슬프고 우울하지만 때로는 기쁘고 즐겁다. 또한 때로는 습도가 높고 때로는 안개가 낀다. 만약 이러한 요소들을 배제하고 풍경을 매일 보던 풍경으로만 본다면 이는 한 없이 지루한 풍경이 될 것이다. 이러한 지루함에서 탈피하고자 나는 매우 주관적인 시점, 색감을 통해 하나의 화면이 여러 분위기의 이미지가 됨을 상상한다. 내가 느낀 감정과 날씨에 따라 드러나는 다양한 분위기의 풍경들 중에서 나의 가치관과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밝고 행복한 감정을 담은 풍경을 표현하기 위해 색감이 다소 날라간 듯한 파스텔 톤으로 시원한 어느 여름날을 표현하고자 한다. 또한 부감시 시점을 활용하여 들뜨고 행복한 나의 기분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이러한 시도는 모두 나의 둔해진 감각을 깨우기 위한 것으로, 일상의 지루함에서 탈피하기 위해 내가 나에게 스스로 부여한 두 가지 장치들을 직접 시도해보며 시각적으로나마 해방감을 느끼고자 한다. 이 작품을 보는 모두가 자신이 해방감을 느끼고 싶은 무언가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시도를 통해 해방되기를 바라며 작품의 제목을 <Emancipation From>으로 짓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