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4일 오후 3시 00분
식상한 말일 수도 있지만 유학의 큰 이점 중 하나는 본고장에서 공부한다는 것이다. 이미 많이 발전한 현대 사회이기에 본고장의 의미는 많이 퇴색되지 않았겠느냐 생각할 수 있지만, 이곳의 문화와 역사에 귀 기울인다면 지금까지도 생생히 흘러 내려오는 그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18세기 말, 베토벤의 생가는 철거될 위기에 빠졌었다고 한다. 이를 알게 된 본의 시민들은 ‘베토벤 생가 보존협회’를 설립하고 자금을 모아 생가를 사들였다. 음악사와 베토벤의 흔적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한 시민들의 헌신 덕에 21세기 한국에서 온 동양인 유학생인 나도 베토벤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었다.
베토벤 생가에 전시 된 그가 이용한 보청기
위에는 본인이 가장 흥미로웠던 베토벤의 보청기 들이다. 베토벤이 자살까지 결심하게 된 귓병이었지만 이후로는 운명교향곡, 합창교향곡, 월광소나타, 비창소나타 등 인류의 문화 유산으로 남아있는 명작들을 남겼다. 이 보청기는 대 악성의 예술 의지로 느껴진다. 시련은 예술에 있어서 불가피한 것일까?
고등학생 때 베토벤의 생애를 각색한 ‘불멸의 연인’이라는 영화에서 베토벤을 연기한 게리 올드만이 위에 보이는 기다란 보청기를 피아노에 대고 월광 1악장을 작곡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귀에 느껴지는 진동만으로 구현했다는 사실은 믿기지 않고 경이롭다.
베토벤의 친구가 그린 베토벤
위에는 베토벤이 산책하고 있는 모습을 그의 친구가 그려준 것이라고 한다. 흔히 우리가 위인전이나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영웅적인 베토벤의 모습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모두가 악성이라 떠받들지만 꽉막히고 독단적이고 답답한 베토벤의 단점을 몰래 비웃고 싶은 마음에 조금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모습으로 스케치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은 고집스럽고 입은 퉁명스럽고 튀어나온 배와 엉덩이는 오만해보이고 짜리몽땅한 키는 볼품없게 그려진것이 웃음을 자아냈다.
Beethoven Piano Sonata No.28 in A Major, Op. 101 자필악
위에는 베토벤의 손으로 그려진 피아노 소나타 28번이다. 다른 곡들에 비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의 순수하고 여린 내면이 드러나 조심스러운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하는 곡이다. 잘 들리지 않는 귀로 음가들을 상상하며 악보에 음들을 적어 내려갔을 그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만하임 음대 앞
추운 날씨에도 아름다움이 만개한 저 꽃나무는 시련을 견디고 예술을 피워낸 이들의 뜨거움을 생각하게 한다. 나는 무엇을 어떻게 피워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석사 2년차다.
글 이정민 / 편집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