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23일 오전 10시 10분
색과 그림자가 있는 소리를 플레이 해줘. 너의 손으로 만드는 너의 소리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해 줄 수 있겠니? 그런다면 더 강한 너의 예술적 발언이 가능해 질거야. 이것이 내가 너에게 기대하는 것들란다.
고생 많았고, 너의 연주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
뛰어난 해석을 위해 연주를 더욱 개발하기를 바랄게. - 교수님 코멘트 중
라흐마니노프 Moments Musicaux Op.16는 라흐마니노프 답게 끌고 가는 것이 어렵다. 두텁고 색채가 깊은 곡을 쓰여진 그대로 전달 하는 것, 지루하지 않게, 에너지를 유지하는 것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 생각 되었고, 그것이 어렵다고 느껴졌다.
지루한 연주와 지루하지 않은 연주를 나누는 포인트는, 연주자가 가지고 있는 곡에 대한 아이디어와 연주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일 것이다.
이번 연주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텐션을 통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아르헤리치의 연주를 떠올리면 큰 다이내믹에서나, 속삭이는 파트에서나, 그녀의 음악에는 그녀만의 에너지틱이 일관되게 넘쳐 흐른다. 그래서 음악이 끝나고도 강한 여운이 한참을 머무는데, 내 연주에 그런 에너지가 있기를 바랐다.
곡과 곡 사이의 쉬는 시간을 최소화 하려고 해봤다. 집중을 놓으면 다시 잡기가 어려웠고, 그런다면 메모리의 문제가 오거나 몸의 모양이 흐트러져 불편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처음 건반에 내 몸이 닿은 순간의 그 텐션을 끝까지 유지해보려는 시도를 했다.
제일 유명하고 많은 이들이 연주하는 4번은 깨끗하게, 라흐마니노프의 의도대로 치기 어렵다고 생각이 되었다. 특히 무대에서는 곡이 요구하는 연주자의 피아니스틱을 발산하기 어렵다. 4번에 연습 비중을 많이 두지만 연습 방향 설정에 보완할 점이 있다라는 것이 연주 중에 느껴졌다.
연습과정과 연주 안에서 내 자신을 점검하는 일, 내 소리를 점검하는 일 이 정말 필요하고 중요하다라는 것을 깨닫게 되어가는 듯 하다.
글 이정민 / 편집 이지호
편집자의 글
일, 공부, 관계 등 노력이 필요한 모든 일에 때로는 그 다음을 어떻게 해야 할 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이정민의 노트를 보고 누군가 “다음을 위한 혼란” 에 관하여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어떻게 해왔는지 정리 해 보는 것. 그게 생각보다 도움이 될 때가 있어. 어떤 방법과 모양으로 살아왔는지, 그 과정에서 내게 늘 중요한 것은 뭐였는지, 그래서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자세히 돌아본다면, 그 다음 발걸음이 어렵지 않게 정해지는 경우가 있지.”
나를 나되게 하는 “내게 늘 중요한 것”을 아는 것 그리고 돌아보는 중에 ”무언가 사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생각된다.
글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