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6일 오후 4시 30분
독일에 나오기 전에 B1을 따고 나왔지만, 수업과 레슨에서 교수님의 모든 말씀을 알아듣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언젠가 나는 교수님께 Schlagzeug(타악기)의 소리를 내고 싶다고 말했는데, 교수님은 한참을 웃으셨고 나는 이유를 몰라 당황했다.
교수님 방에서 나온 후 레슨 청강에 들어왔던 분에게 교수님이 웃으신 이유를 아느냐고 물었는데, 내가 ?Schlagzeug(타악기)를 Spielzeug(장난감)이라고 발음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만하임 음악대학은 입학 할 때는 독어 점수를 요구하지 않지만, 학위를 받기 위해서는 B2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독어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퇴학을 당할 수도 있다는데, 생각보다 종종 있는 일이라고 해 경각심이 들고는 했다.
나의 독일어 공부를 돌아보면 주 3회, 두 시간씩 수업하는 학원에 다녔고 학원이 끝나면 그날 수업한 진도를 겨우 따라갔다.
8개월간 학원에 다닌것으로 첫시험을 볼 때 심장 뛰는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로 떨렸었다. 시험의 4개 영역 중 쓰기 영역만 간신히 붙고 나머지 영역은 낙제했다.
시험에 떨어지고나니 여태 공부해 온 방법이 한참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언어 공부는 앉아서 책을 파는 게 아니라 무작정 계속 말하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듣기영역, 쓰기영역에서도 말이다.
같이 학원에 다니는 분들과 그룹 톡을 통해 매일 두 시간씩 독어로만 말하기를 했다. 첫 주에는 다들 독어로 말하는 시간보다. “어..음..” 이런 소리를 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계속 하다보니까 말이 늘더라. 실력이 향상되니 재미가 생겼고 2주 정도가 지난 후에는 주제를 정해놓고 짧은 토론이 가능해졌다.
학원은 시험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56가지의 토픽을 주었다. 또 시험에 떨어지는 것은 끔찍했기에 어떻게 하면 절대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봤고, 나는 예상 토픽 56가지에 대한 56가지의 답변을 모두 글로 써 그것을 통째로 외웠다.
이 과정은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대중교통에서나 집에서나 언제 어디서든 정리해 놓은 것을 손에 쥐고 독어 공부를 작은 일상에도 녹여내고는 했다.
이제 석사학위 취득을 위해서 B2를 따야 하는데 막막하지만 어떻게 준비해야 시험에 붙는지 알기에 힘들겠지만 그냥 하면 된다.
분명한것은, B1도 없이 독일에 나왔다면 지금 많이 막막했을 것이다. 피아노만 치기에도 정신이 없는 석사 과정이다. 언어 공부에 있어서 한번 부러지는 시행착오를 이 곳에 나오기 전에 미리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을 한다.
글 이정민 / 편집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