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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승의 스승의 .. 스승은 베토벤

2022년 12월 12일 오후 4시32분
Moritz Winkelmann교수님 클래스에 배정을 받고 첫 레슨을 받은 날. 설렘 반 긴장 반의 마음으로 연습실에서 1시간 반 정도 메트로놈에 맞춰 손을 풀었다. 준비 한 곡은 베토벤 소나타 16번. 보통 전 악장을 준비해서 레슨을 가야 한다길래 일단 악보는 다 봐있는 상태였지만 중간중간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 걱정이 되었었다.
방문을 열고 교수님을 뵈었을 때의 그 무거운 기분과 드디어 본고장 음악의 현장에서 배울 수 있다는 사실에 만감이 교차했다. 인사를 나누고 가벼운 대화를 시작했다. 교수님은 대뜸 당신의 스승 이름을 적더니 내게 이분을 아냐고 물어보셨는데 나는 알지 못했다. 그러자 그 스승의 스승의 이름을 적더니 ‘이 분이 출판한 베토벤소나타 악보가 imslp에 있으니 핑거링 번호랑 여러가지 정보를 참고해라’ 무언가 가계도와 같은 전통성이 느껴져 설레었다.
교수님은 또다시 그 스승의 스승의 스승의 이름을 적어주셨는데 그는 체르니였다. 베토벤의 제자, 우리의 체르니 100번의 그 체르니 말이다. 정말 신기했다! 그렇다면 나의 스승의 스승의 스승의 스승의 스승의 스승의 스승이 체르니고 그 스승은 베토벤이라니!
교수님은 입학 오디션에서 나의 쇼팽 에튀드 3도(Etude in G sharp minor Op. 25 No. 6)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고 하셨다. 손가락이 아주 잘 돌아간다고, 브람스 또한 좋았지만 팔을 쓰는 요령이 부족하다고, 너는 팔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해주셨다. 나의 그런 걸 다 기억하고 얘기해 주시니 너무 신기하고 뿌듯했다. 내 음악에 집중해 주셨구나 싶어 마음이 좋았다. 대화는 거의 독일어로 말씀하시지만 내가 100프로 이해를 못 하기에 영어도 써주시고 번역기도 이용해서 대화를 이어가 주셨다.
결국 레슨은 1악장만 두 시간 동안 받았다. 한국에서의 입시 레슨 정도의 뜨거운 레슨이 첫 레슨에서 이루어지니 기뻤다. 다음주 레슨에는 2악장과 3악장을 준비하면 되겠냐고 여쭤보니 오늘 레슨받은 1악장 한번 듣고 2,3악장을 레슨 하겠다고 하셨다. 틀림없이 나만 열심히 하면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글 이정민 / 편집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