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영, 빨강모자, 지본채색, 34x42, 2023, 3,000,000
임수영, 프로포즈, 지본채색, 60x40, 2021, 3,000,000
임수영, 산책 가고싶어, 지본채색, 48x36, 2022, 2,500,000
임수영, 공부 싫어 1, 지본채색, 60x37, 2022, 2,500,000
임수영, 공부 싫어 2, 지본채색, 60x37, 2022, 2,500,000
임수영, 어느 설날, 견본채색, 29.5x40, 2023, 3,000,000
작가노트
사랑산책
작가 임수영
멕시코 애니메이션 “코코(Coco)”를 좋아한다.
멕시코의 유명 축제인 ‘죽은 자의 날’을 배경으로, 12살 소년 미겔이 고대의 신비한 존재들을 만나 운명을 변화시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마치 장 그르니에(Jean Grenier)의 『어느 개의 죽음』처럼 죽은 자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꿈과 가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말하고자 했던 영화다. 사후 세계는 표면적일 뿐 이승의 가족과 사랑, 그리고 꿈 이면의 이야기들이다. 아마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매일 생각했다. 가족으로 살다가 세상을 떠난 네 마리 강아지, 복남, 순돌 1, 아리1, 아리2를 그려내는 일 말이다. 인간의 나이로 보면 천수를 누렸지만, 보내는 마음은 아리기만 하다. 내내 마음 앓이를 할 수밖에.
5년 전 지금의 강아지 순돌 2를 입양했다. 마음을 온통 기울이다 보니 그림의 주된 대상이 되었다. 새로운 가족이 오래된 가족의 추억들을 불러들이니 시간과 공간 너머 신비로운 세상이 열렸다. 코코의 산 자와 죽은 자처럼, 강아지들과 사람이 종이 위에 함께 사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그려내는 것이다. 한때 함께했던 복남, 순돌1, 아리1, 아리2, 그리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순돌2. 그림 속에서 우르르 뛰어나와 거실을 지나, 정원으로 그리고 산책하던 작은 숲길을 돌아 나온다. 털 한 가닥 한 가닥들이 옹알거리고 낑낑거리고 짖고 뛰고 품에 안기고 뽀뽀하고 코골이를 한다. 꿈으로 들어와서는 웃고 춤추고 말을 한다. 이런 사랑스런 추억들이 그림의 눈망울과 털 위로 새록새록 쌓였다. 가족이라는 마음의 작업이기에 순간순간 놓치고 싶지 않은 추억을 한올 한올에 담고자 했다.
그들은 어떤 우연으로 내 품에 왔을까? 사실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사랑이었을 게다. 그들을 그리는 것은 장 그르니에가 말했던 것처럼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신의 속성들을 그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라틴어 금언에 이런 말이 있다. “Mors Janua Vitae.” 죽음은 삶으로 이어진다. 그리움을 주고 간 아이들은 매일 되살아나고 또 되살아난다. 떠난 아이들과의 사랑은 순돌2의 사랑으로 태어났다. 이 아이들과의 사랑은 또 다른 시작인 ‘사랑 산책’이라는 테마를 이루었다. 어디 나뿐일까.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모든 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