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20일 오후 3시 00분
교수님은 내게 좋은 손을 가졌다고 하셨다. 음악이 짱짱한 에너지를 품고 있어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심미적으로 접근하자면 날카로운 소리가 자주 나는 것이 부족한 점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은 내게 아직 어색한 일이다. 교수님은 음악의 전체적인 흐름과 화성의 진행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날카로운 소리라던지, 어색한 진행이라던지 음악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부분들이 해결 될 것이라고 조언하셨다.
Staatliche Hochschule für Musik Trossingen
그것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어 몸이 굳은 채로 연주하니 교수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예원, 넌 지금도 굉장히 잘하는 학생이야. 네가 더 좋은 연주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들을 요구하는거야. 그러니까 잘못하는 것과 틀리는 것에 겁먹지 말자. 너는 주눅 들지만 않으면 돼.”
첫 레슨을 받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는 내 음악을 인정해 주시고 다정한 조언을 해주신 교수님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틀리고 잘못하는 연주는 분명히 지양해야겠지만, 피아노를 공부했던 이전 시간에 스스로 옥죄는 생각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했던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전문성을 위해서는 마냥 즐겁지 않은 훈련과 자기 검열도 필요하지만 말이다.
신예원에게 배정된 트로싱엔의 기숙사 연습실이다. 신예원은 자주 불을 꺼두고 연습한다고 하는데, 이유는 불을 키면 예술성이 사라진다고 한다.
교수님은 나와 레슨이 일찍 끝날 때면 책장으로 가 심포니 포핸드 악보를 가져오신다. 그러고는 “너랑 이걸 같이 치면 즐거울 것 같은데?”라고, 말씀하시며 나란히 앉아 함께 연주하자고 하신다.
나는 초견이 좋지 않아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소심하게 건반을 눌렀지만, 교수님이 레슨에서 말씀하시는 내용들이 느껴지는 교수님의 소리에 나의 소리를 섞어낼 때 자연스럽게 교수님의 깊이가 느껴져 배우게 된다. 교수님은 음악학도들을 친구 또는 동료처럼 편하게 대하신다.
유학을 나와 피아노를 배우는 시간들은 대체로 감사한 놀라움의 연속이다. 한가지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은 매주 새로운 곡을 가져가야한다는 것이다. 같은 곡을 두번 레슨 받는 일이 거의 없다. 적응이 되면 초견과 레퍼토리가 늘 것을 기대한다.
글 신예원 / 편집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