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성 / Agape(고린도전서) / Digital Print / 116.8 x 90.9 cm / 2024
박혜성 / 갈망 201 / Mixed media on canvas / 72.7x60.6cm / 2020
박혜성 / The Hiding Place(시편32편) / 캔버스에 아크릴화/ 30x30cm / 2022
박혜성 / 갈망 212(시편42편) / 캔버스에 아크릴화/ 30x30cm / 2021
작가노트
고대 동굴벽화에서 알 수 있듯, 예술의 시작은 종교적 영역과 겹쳐져 있었고, 미술사는 종교와 철학 역사의 직접적 반영이었다. 따라서, 종교적 신념을 예술로 표현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나는 가장 오래된 전 지구적 베스트셀러이자 종교와 상관없이 삶의 나침반으로 인식되어온 성경 Holy Bible을 묵상하고 기도하며 초월적인 영적 체험을 하게 되었고, 태초부터 존재했던 빛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한 감각과 경험은 근원적 본능에 의해 오랫동안 놓았던 붓을 다시 잡게 했고, 성경을 필사하는 특별한 작업을 하게 됨과 동시에 성경 속 66권의 모든 책들을 캔버스에 빛으로 그려내는 것을 사명이 되도록 했다.
성경 텍스트는 모든 작품을 지지하는 터가 되어 빛의 스펙트럼과 같은 여러 색으로 분산된 빛의 이미지들을 보여준다. 초월적 빛이 나의 영혼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캔버스 위의 여러 물감 색으로 바뀌며 가시화되는 것이다. 멀리서 보면 색과 이미지로 보이지만 그 이전에 성경 텍스트의 추상적 형상들의 조합이다. 초서처럼 빠르고 자유로운 동시에 리듬을 지닌 필체의 한글로 추상적 이미지를 만든다. 텍스트를 이어서 10개, 많게는 50개의 물감층으로 겹겹이 쌓아올리기도 한다. 두꺼운 마띠에르는 물감들 사이에 비치는 빛의 환영 illusion과 반짝거림 glimmering의 효과를 만들며, 얼핏보면 단순한 색면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보았을 때, 수많은 색의 중첩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이미지는 밝음과 어둠, 따뜻함과 차가움, 보이는 것과 숨겨짐의 조화 속에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며 다양한 빛으로 표상된다.
성경 말씀을 묵상하며 떠오른 컬러들과 이미지를 구성하여 캔버스에 물감을 짜내듯 필사하며 읊조리고, 마를 때까지 기다리고, 그 위에 다시 필사하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오랜 수행과 노고의 시간.
그것은 창조주와의 거룩한 교제이고, 마음의 평안을 위한 명상이며, 참 자아를 찾기 위한 여행이다.
더불어, 성경은 진리, 자유, 기쁨을 경험케 하는 영적인 문 spiritual gate라는 믿음, 그리고 모든 인간은 초월적 빛을 감각할 수 있다는 신념이 있기에, 관람자들이 그 문으로 들어가 치유와 회복, 평안을 얻게 되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업한다. 캔버스에 농축된 영적인 에너지가 관람자에게 긍정적으로 전이되어, 은연 중에 신비로운 시각적 경험 뿐만 아니라, 잠시라도 현실 너머, 무의식 너머 궁극적 진리의 세계에 대한 데자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