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타 / 순환 / 장지에 채색 / 우리은행 1002-048-102-842 / 60.6x60.6 / 2024 / 1,500,000
미타 / 호수의 어항 / 장지에 채색 / 우리은행 1002-048-102-842 / 100.4x65.6 / 2024 / 3,000,000
어느 따스한 봄날, 죽은 새의 시체를 부지런히 옮기는 개미들을 보았다. 작은 개미들의 움직임은 마치 삶과 죽음의 순환을 보여주는 한 편의 장면처럼 다가왔다. 나는 그 순간 자연의 순환 속에서 서로 이어지는 생명과 죽음, 생성과 소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내가 몸담고 있던 전통 불화의 세계와도 연결 지어 바라보게 되었다.
전통 불화의 세계는 한 폭의 그림 안에서 끊임없이 이어져 온 시간과 인습이 숨 쉬고 있다. 각 세대를 거쳐 전승된 전통적 양식과 규범은 마치 개미들이 죽은 생명체를 자신의 세계로 가져가 또 다른 생명으로 재탄생시키는 순환처럼 오랜 시간 이어져 왔다. 인간이 만들어 낸 관습과 전통 역시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순환의 법칙을 닮아 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렇게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진 전통과 관습은 한편으로는 정체된 듯 보이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서서히 변화와 진화가 이루어져 왔다. 자연의 순환 속에서 변화를 맞이하듯, 전통과 인습도 새로운 세대에 의해 조금씩 변형되고 고착되어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낸다.
특히 새 세대가 이전 세대의 관습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려는 과정은 마치 자연의 진화 과정과 흡사하다. 불교에서는 삶과 죽음의 윤회를 끝없는 고리로 보지만, 깨달음을 통해 궁극적으로 그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내가 작품을 통해 바라보고자 하는, 인습에서 벗어나 더 높은 가치와 진리를 탐구하는 인간의 여정과도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관습과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관점과 시각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더 큰 자유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듯이.
나는 작품을 통해 이러한 자연과 전통의 순환, 인습과 변화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관계를 탐구하고자 한다. 전통 불화의 세계는 수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채 변화를 거듭해 왔고, 이 변화의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이어가고 무엇을 벗어나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매순간 반복되는 관습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한다.
나의 작품은 전통적인 양식을 존중하면서도, 그 속에서 생성되는 자연스러운 변화의 흐름을 표현하고자 한다. 세월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새로운 전통이 단순히 과거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새로운 시각과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길 바란다. 이러한 작품 활동은 나 자신에게도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모색하는 여정이며, 관습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미를 찾고자 하는 탐구의 과정이다.
작품을 통해 관람자들이 자연과 인습의 순환 속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개인과 세대, 자연과 전통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나의 작품이 그 길로 나아가는 작은 이정표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