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술가
home
NEXTPROJECT
home

권지은

권지은 / 침묵의 노래 #1 /  장지에 채색 / 60x72cm / 2024 / 250만원
권지은 / 침묵의 노래 #2 /  장지에 채색 / 58x84cm / 2024 / 300만원
'몽환 - 불안과 공포가 반복되는 서사'
본인은 인간이 가진 불안과 그로 인해 생겨나는 공포라는 감정에 집중한다. 인간이기에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감정들은 우리를 매몰시키기도 하지만, 그것들을 인정하는 순간 삶의 원동력이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삶이란 무언가 위대한 일을 해내기 위한 대단한 것이 아님을 안다. 오히려 끊임없이 실패하고, 상실하는 일들의 반복이다.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낼 수 있는가’가 본인의 가장 큰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작업의 주제나 작업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말에게 물린 경험’은 본인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작업 속에서 인간의 불안과 공포는 본인이 겪은 트라우마적 사건으로 상징화된다. 특히 말이 아닌 얼룩말을 택한 것은, 얼룩을 뒤집어 쓰고 자신을 숨기고 위장하고 있는 공포를 상징하며, 그 감정이 극대화 되길 원했기 때문이다. 또한 본인에게는 아직 말을 직접적으로 대면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포의 상징을 화면 안에 배치하는 것은 그러한 감정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조절하는 것이면서 해소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은 그것들을 소멸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실망대신 순응하는 것을 택하게 된다. 얼룩의 패턴을 계속해서 반복하면서 그 행위 자체가 주는 망각에 빠지기도 하고, 화면안의 패턴을 공간처럼 배치하여 그 안에 은신하기를 꿈꾸기도 하는 것이다. 즉, 이러한 순응은 지극히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과 공포의 공간을 ‘몽환'이라고 명명하였다.
한편 작업이 계속되며 얼룩으로 공포를 표현하고, 반복으로 그것들을 극대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략되어 여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대신 공포의 전조와 같은_몽환적인_분위기를 나타내는 것에 집중하는데, 이는 본인이 사용하는 화면이 ‘한지’이기에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한지는 물감을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는데, 이러한 성질은 본인이 화면 안에 물감을 쌓아 몽환의 세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게 하였다. 얼룩의 패턴을 반복하는 대신 옅고 묽은 물감을 최소 50번 이상 쌓는 행위를 반복하여 희미하고 흐릿하며 모호한 분위기를 내어 감정의 극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본인에게 반복이라는 행위는 스스로를 지배한 불안과 공포를 이겨내기 위한 방법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러한 행위를 통해 더욱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최근의 작업에서는 여백이 나타나며 다른 상징들이 나타나는데, 그 중 가장 주목하는 것은 달이다. 달이 나타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아버지의 죽음’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불안과 공포로 만들어진 세계에는 동경과 그리움의 상징인 달이 뜨게 된 것이다. 그러나 먼 곳에 있는 달은 불안과 공포를 가중시키며, 그리움이라는 감정까지 더하게 만들었다.
살암시민 살아진다’
최근의 작업인 ‘두 개의 달’은 현재 작업을 하고 있는 장소인 제주의 신화인 ‘천지왕 본풀이'에서 차용하였다. 제주의 신화를 연구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이 ‘살암시민 살아진다'였다. 이는 ‘살다보면 살아진다'라는 뜻의 제주어 인데, 본인의 작업 속에서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_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순응_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본인 작업의 세계관을 제주 신화를 통해 넓혀 가기를 바랐다.
특히 두 개의 달은 천지왕 본풀이의 시작에 나오는데, 천지가 개벽할 적에 해와 달이 두 개가 되면서 세상이 혼란하였다는 부분의 형상이다. 기존의 개인적 서사로서의 달이 있었다면, 이제는 제주 신화를 통해 혼란한 세상의 두 개의 달로 그 의미를 확장해 나가고자 한 것이다.
ONLINE EXHIB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