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술가
home
NEXTPROJECT
home
🇩🇪

미움 받는 지휘자

2023년 4월 11일 오전 10시 00분
오케스트라 지휘라는 작업은 나와 악기 사이에 사람(연주자)이 껴있다. 그러다보니 지휘자는 음악을 이해하고 구사하는 작업 외에도 사람을 얻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지휘자가 긴장하여 호흡이 떠 있다면 그것은 연주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 되는데, 음악과 온전히 마주하고 싶은 마음으로 앉아 있는 연주자들에게는 작업을 방해하는 지휘자만큼 용서 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지휘자는 소리도 안 내는데 말이다.
그렇기에 연주자들은 항상 온전한 지휘자를 기대하는데, 자신들을 연주할 지휘자가 리허설을 위해 처음 포디움으로 걸어오는 순간부터 판단을 시작한다고 한다.
지휘자의 걸음걸이와 표정만 봐도 어떤 식으로 지휘할지 알겠다는 등의 말이 있다. 공부하고 있는 지휘자로서는 살 떨리는 말이다.
언젠가 학교 프로젝트로 난해한 곡을 연주할 일이 있었다. 나는 포디움 위에서 진땀을 흘리며 헤매다 내려왔다. 단원들은 옆에서 한숨 쉬기와 눈치 주기를 아끼지 않아 당시에는 그들이 너무도 매정하게 느껴졌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경험은 나에게 책임에 대한 좋은 훈육이었다.
지휘자의 책임이란 온전한 준비와 음악적 역량으로 연주자들에게 그만의 음악을 경험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험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의 소리를 얻을 수 있게 된다면 음악 안에서 공동체를 맺을 수 있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것이 가능해져야만 비로소 ‘나와 소리의 관계’에 대한 사유가 가능해진다고 느낀다. 이것은 내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공부의 방향성이다.
글 김성진 / 편집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