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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사랑하기”

2023년 3월 5일 오후 4시 30분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은 꿀과 같아서 연주자가 더 이상 설탕을 뿌리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브람스의 음악은 쓰인 자체로 격정과 정열이 담겨 있기 때문에, 인위적인 정열을 얹어 붙이면 안 된다.”
이는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의 아버지인 아르비츠 얀손스가 마스터 클래스에서 나의 선생님에게 전한 말씀이다.
당시, 총보를 공부할 때 나는 더 이상 악보에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없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선생님은 내 고민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백 번을 연주했던 곡이라도, 악보를 볼 때면 항상 새로운 것이 발견되는 이유는 그것을 사랑하기에 쓰여진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지.”
“너에게 음악을 위한 사랑이 있다면, 그리고 있는 그대로 마주한다면, 그것은 너에게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 많은 말을 걸어올 거야”
그렇다, 나는 음악가로서 작품 안에서 ‘나만의 자유’와 ‘나의 예술관’을 찾으려 노력했다. 음악이란 도구를 통해 나 자신을 찾고자 했던 것이다. 지금에서는 내가 온전히 음악의 도구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지금까지도 내 사랑하는 음악에 나를 관철하는 것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선생님의 말씀처럼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놓치지 않을 때면, 작품에 담긴 예술이 나를 만지는 듯한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면, 나는 그것에 몰입하기 위해 더 마음을 비우고 내 선생님의 애정 어린 조언을 상기하고는 한다.
글 김성진 / 편집 이지호

편집자의 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랑’이라 부르는 것은 이름과 달리, 자아실현과 욕망의 충족, 결핍의 충족 등의 이기심의 일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상을 사랑하는 일에 ‘나’를 내려놓음으로 얻어지는 자유에 대해 사유하게 되는 김성진의 노트다. 나의 이기심으로 인해 대상을 오해하거나 이용하지 않는, 온전한 사랑의 성숙함을 생각해 본다.
글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