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술가
home
NEXTPROJECT
home
🇩🇪

시련을 연습하기

2023년 6월 21일 오후 6시 00분
본인은 지휘과 입학시험을 치르기 위해 20년 1월에 독일로 나왔다. 그리고 두 달 후에 코로나가 터졌다. 처음에는 시험 준비로 정신이 없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곧 많은 사람이 죽거나 심하게 앓고 있다는 뉴스와 동양인을 코로나 그 자체로 대하는 일부 따가운 시선들에 이곳에 닥친 재앙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유럽은 셧다운이 시행되어 어학원 또한 폐쇄 되었고 대부분의 학교는 입학시험을 무기한 연기했다. 나는 입학시험을 보러 독일에 나왔는데 말이다.
출국할 당시에는 시험만 보고 바로 귀국할 예정이었기에 티셔츠 4장 청바지 그리고 외투만 챙겨 나왔다. 그 옷으로 9개월을 버티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2020년 상반기, 당시 독일의 코로나 19로 인한 사망자는 8007명, 누적 확진자 수는 17만5210명으로 집계됐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줄줄히 시험이 취소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곳에 나오기 위해 사용된 모든 비용과 시간이 아른거려 억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근데 어쩌겠는가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나보다 더 괴로운 사람도 많았다.
그렇기에 당시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젊음의 체력과 끈기로 어쩌면 무식하게 버티는 것 이었다.
힘들었다. 벌써 5개월이 지나 6월이 됐는데 여전히 시험은 치뤄지지 않았고 7월도 마찬가지였다. 위와 같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인내할 수 있는 마음이 바닥나고 있음을 느꼈다. 발 빠르게 위험을 피해 한국에 돌아갔어야 했나. 화장실 휴지도 절박하게 찾아다녀야 했던 지난 몇 개월이 현명하지 못한 내 결정의 대가처럼 느껴졌다.
본인은 크리스천이다. 그렇기에 이제 인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 되어 “이제는 나도 모르겠으니 날 좀 어떻게 해달라” 이렇게 하나님께 기도했다. 특별히 신앙심이 깊어서가 아니라 할 수 있는 게 기도 밖에는 없었다. 그렇게 또 5주가 흘렀고 여전히 아무런 기약이 없었다.
20년 8월 둘째주는 아직도 생생하다. 드레스덴 국립 음대만 특이하게 시험을 실시한다는 것이었다. 시험에 떨어지면 미련없이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기에 절박한 심정으로 시험을 치뤘다. 소중한 단 한 개의 학교, 단 한 번의 기회였다. 1차 시험에 통과하고는 위경련이 와 2차 시험은 배를 부여잡다시피 하고 시험을 치뤘다. 고진감래라 하지 않는가. 학교에는 합격했다.
살다 보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벌써 3년이나 지난 고통의 코로나 입시 기간을 돌아보니 그때 얻은 간단한 교훈이 있다. 묵묵히 버티는 것이다.
시련이라고 생각되는 순간들은 성장의 기회일 수 있다. 한 인생으로 허락된 시간을 사는 데에 행복만 있을 수는 없다. 같은 맥락으로 에드거 앨런 포는 시련은 곧 축복이라 말했다. 시련을 통해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내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시련을 견디는 연습이 된다면 다음에도 있을 수 있는 새로운 어려움에는 더 스스로를 믿고 버티며, 그렇게 또 한 가지 교훈을 얻어 자신만의 소중한 서사를 얻어 간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입시의 시련 덕에 이렇게 여러분과 나눌 노트 또한 있다.
글 김성진 / 편집 이지호

편집자의 글

장벽이 서 있는 것은 가로막기 위함이 아니라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 지
보여줄 기회를 주기 위해 거기 서 있는 것이다.
랜드 포시 <마지막 강의 중>
글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