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리/푸르른 섬/Oil on canvas/65.2x53.0/2022/900,000
작가노트
하루하루 무수히도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그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은 그저 지루할 만큼 변함없이 반복된다.
일상의 반복은 단순히 평범해 보이지만 매일같이 마주하는 수많은 사회적 관계들과 개인적인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누군가는
그 속에서 고립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립이 안식처인 듯 지속될수록 내면의 안정감을 가진다.
반복됨에서 오는 감정은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무기력함과 공허함의 어두운 감정으로 보이지만 내면 깊이 자리 잡으면서 심리적 평온과 안정감을 가지게 되는 긍정적인 의미로 전달될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의 양상을 자연의 섬에 빗대어‘섬 이미지’로써 작품으로 승화시켜 표현한다.
작품 속 섬은 자연에서 존재하는 일반적인‘섬’의 형상을 차용하여 작품의 화면 안에서 새로운‘섬 이미지’로 인간 내면의 공허함과 심리적 평온의 상징성을 보여준다.‘섬 이미지’는 처음 작업 방향을 잡을 당시 한 풍경 사진에서 시작되었다. 사진에는 고요한 바다 위 섬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고독하고 외로움이 느껴졌지만 사진을 계속 마주하고 보니 섬은 풍경 자체에서 주는 안정적인 구도와 고즈넉하고 평온함을 주었다.
이러한 감정을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하면서 채색은 그 순간의 개인적인 상황과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감정에 연상되는 색채를 사용한다.
사용되는 색채는 원색을 최대한 배제하고 작품 속 감정의 분위기를 좀 더 극대화하기 위하여 희뿌연 톤의 색채를 배합함으로써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고자 하였다. 또한‘섬 이미지’는 세필 붓으로 천천히 선을 그으며 평면에서 공간감이 느껴지도록 묘사를 하였다. 이처럼 반복적으로 선을 긋고, 그리는 행위를 통해 일상의 반복에서 오는 고립, 공허함이 안식처로 작용하는 내면의 심상을 형상화하고 구현하여 표현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자로 하여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개인의 심상은 어떤 모습일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