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 김서영/너와 나/순지에 혼합재료/45x45/2023/미판매
수안 김서영/어느 날/순지에 채색/50x40/2023/미판매
수안 김서영/별빛 아래/순지에 채색/50x40/2023/1200,000
작가노트
제 그림의 원천은 자연입니다. 자연 속을 한가로이 거닐다 보면 그림의 소재, 색채, 이미지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은 저의 무심, 냉정, 애정, 열정의 무게와는 무관하게 언제나 넉넉한 품으로 감싸 안아 줍니다. 어린 시절 자연에서 위로와 치유의 시간을 가졌기에 자연을 대상으로 작업을 이어나가는 것은 자명한 일일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꽃, 새, 별을 동경합니다. 응축된 에너지를 발산하며 주변을 밝히고 어느 한 곳에 메임이 없는 자유로움이 좋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인생의 첫 그림은 민화의 어해도 입니다. 무더운 여름 검푸른 대청마루에서 바라본 수묵담채의 물속풍경은 또 다른 세계로 안내하는 마법의 그림 같았습니다. 인생의 꿈과 희망을 담아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민화와 손끝 매운 외할머니와 엄마의 자수 조각보는 저의 유년기와 함께 했습니다. 현재 민화, 자수, 조각보 등 다양한 전통의 이미지를 차용해 현대화 하는 작업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이번 전시에 함께한 작품들은 수국과 조각보, 민화의 책거리, 문자도 의(義)를 차용해 표현했습니다. 수국 꽃은 토양의 산도에 따라 꽃의 색깔이 변합니다. 분홍색 수국 꽃말은 소녀의 꿈, 진실된 사랑, 희망, 우정입니다. 보라색 수국 꽃말은 진심, 변덕 파란 수국 꽃말은 냉정, 무정입니다. 마음 밭의 산도를 치우침 없이 유지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문자도 의(義)에는 물수리(징경이) 새가 등장합니다. 물수리는 나면서부터 정해진 짝이 있고 항상 나란히 헤엄치고 놀면서도 서로 달라붙지 않는다고 합니다. 관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있을까요?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적당한 미묘한 거리. 책거리 위에 물수리 새를 그려 서로 배려하고 인내하며 관계의 추를 조율하는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크고 작은 꽃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소명을 다하며 피고 지겠지요? 지루한 인내의 시간을 지나 꽃을 피워낸 아름다운 찰나의 시간을 나의 삶의 뿌리인 전통의 이미지와 함께 오래도록 남기고자 오늘도 묵묵히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