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카최 / Memories in the Box #8/ 캔버스에 아크릴/ 65.1x90.9cm / 2024 / 2,400,000 원
에리카최 / Memories in the Box #7/캔버스에 아크릴/ 72.7x90.9cm/ 2024 / 2,400,000원
작가노트
영원히 지속되는 순간은 없다. 아무리 소중하고 행복했던 시간이라도 지나가기 마련이다. 잊히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운 시간들이 영원히 간직되기를 기도하며 캔버스에 하나하나 그려나간다. 나의 작업은 망각과 왜곡에 의해 수많은 파편으로 변해버린 시간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추어나가며 그 파편에 숨어있는 기억을 찾아나가는 여행이다.
그렇게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흐릿해진 기억 대신 각인되어있는 감정이 느껴진다. 기억은 부분 부분 사라지고 뒤죽박죽이지만 그 때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얼마나 행복했는지는 마음 깊이 새겨져있다. 망각의 과정을 거친 기억들 사이로는 형태가 드러나는데 그 형태들은 영원히 기억되는 감정을 상징한다. 따뜻하고 행복했던 감정들, 사랑받고 사랑했던 마음들이 선물상자, 토끼 등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선물 시리즈>
2019년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3년간 지내는 동안 힘들고 외로운 순간들도 많았다. 그 시간을 버티게 해준 것은 멀리 있는 가족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 필요한 물건으로 가득한 택배 상자를 받아볼 때면 곳곳에 묻어있는 가족들의 흔적에서 위안과 힘을 얻었다. 그리고 나 역시도 가족들을 위해 선물을 보내고는 했는데, 특히 어머니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포장하며 어머니를 생각하던 시간들, 선물을 받고 행복해하시며 리본을 풀어보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며 외로움을 버텨낼 수 있었다. 언젠가 그 기억들이 희미해질 수는 있겠지만, 내가 가족들로 받았던 사랑과 어머니와 가족들의 행복해하던 미소를 보았을 때 느꼈던 행복함은 영원히 기억되는 감정일 것 같다.
오래도록 간직될, 잊고 싶지 않은 감정을 리본에 담아 그려냈다. 예쁘게 묶여있는 선물상자의 리본을 풀어야 할 때, 아깝고 아쉽고, 이 모습을 망가트리기 싫어 주저해질 때가 있다. 나는 잘 매만져진 리본이, 소중한 순간, 잊고 싶지 않은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을 보는 분들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던, 또는 선물을 받았던 소중한 기억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 때의 마음을 떠올리며 작가가 작품에 담은 사랑 가득한 마음을 전달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