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일 오후 4시 00분
유학길에 오르기로 결심했을 때 가장 걱정 되던 것은 초견이었다. 독일에서는 2주, 3주마다 새로운 곡을 만들어가야한다는 말이 계속 맴돌았다. 스스로 초견이 약점인 것을 알았고, 아직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다뤄 본 레파토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연습할 수 있는 시간도 내가 필요한 시간보다 적은 상황이었다. 조급함이 점점 마음을 지배했다.
같은 클래스의 친구들은 매주 곡을 완성도 있게 만들어 가는 것 같았고, 교수님도 그것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곡을 빨리 만들어 손에 넣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가진 문제가 무엇인지 자문 했다. 화성을 듣는 귀가 부족해서일까, 평소 책을 읽는 속도가 느린데 난독증이 있나, 간절함이 부족한걸까.
초견 향상을 위해 했던 노력은 많이 듣는 것이었다. 그냥 많이 듣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들을 때 그려진 악보를 떠올리며 내 손이 움직일 방향을 상상했다.
처음 몇 마디는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는데 그 뒤로는 연기처럼 악보와 손이 머릿속에서 흩어졌다. 하지만 매일 거듭할수록 몇 마디씩 더 상상할 수 있었다.
머릿속에서 이런 작업 과정을 거친 곡을 피아노 앞에서 초견할 때 확실히 달랐다. 물론 상상한 것들이 다 맞지는 않았지만, 아는 길을 가는 듯한 익숙함이 있어 손은 다음 음을 어렵지 않게 찾아갔고 상상한 대로의 움직임이 나올 때는 재미가 있었다.
재미가 느껴지니 초견 전 상상하기 작업이 점점 힘들지 않았고 이전에 비해 향상된 초견을 스스로 확일할 수 있었다. 지금도 ‘나는 초견이 좋아!’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난 시간의 노력으로 어떻게 더 나아지는지 알고 있어 지금도 계속 나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이곳에서 나를 배우게 하는 것은 더 깊은 음악뿐만이 아니다. 내 한계를 느끼게 하는 많은 시간들이 나를 배우게 한다.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해결할 실마리가 보일 때 마다 성장을 느끼게 되어 나의 선택들을 신뢰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스스로를 응원할 수 있게 하는듯 하다.
글 이정민 / 편집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