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정 / illusion in memory / 장지에 수비안료 / 농협 3560928398493 / 65 x 53 cm (세로x가로) / 2023 / 600,000원
작가노트
작가 내면에 존재하는 푸른 무의식 속 환영에 의존하게 된 불안정한 마음을 형상화한 시리즈 작업으로, 특정 대상에 대한 강박과 집착을 보이는 형태로 녹여냈다. 작가는 살아오면서 남들과 다른 특이점을 인지하는데, 예를 들면 하늘색과 남색보다는 푸르고 깊은 쨍한 파란색에 대한 집착, 안정감을 느끼는 숫자 6, 밝은 환경에서의 수면, 드림캐처 수집 등 생활하면서 이러한 강박적인 일상을 고집한다. 지독한 집착을 보이는 대상들을 취하였을 때 마음의 안정을 주는 효과와 동시에 속성이 변질됨에 의문을 가진다.
작품은 주로 드림캐처와 정체 모를 새들로 무의식 속 장면을 표상한다. 처음 드림캐처를 접하게 된 계기는 해외 관광지로 휴가를 갔을 때이다.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다 내음과 바람소리, 더불어 청량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내며 무리지어 흔들거리던 드림캐처의 모습과 대조되게 호객행위를 하던 상인들의 시끄러운 목소리가 겹쳐 다가왔다. 각기 다른 크기와 모양새를 한 채, 셀 수 없는 드림캐처들이 한 데 모여져 있는 모습은 숨이 멎을 것 같은 장관이었다. 그 찰나의 순간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던 행위에서 소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변화한다.
드림캐처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악몽을 걸러주고 좋은 꿈만 꾸게 해준다는 의미로 만들었던 토속 장신구로, 문 또는 잠자리 근처에 걸어놓으며 일종의 부적과 비슷한 물건이라 할 수 있다. 깃털은 좋은 꿈을 내려주고, 원형 안에 엮인 실은 악몽을 잡아주는 그물 역할을 하는 거미줄이며, 드림캐처에 달린 구슬은 붙잡힌 악몽이 아침 햇살을 받고 변한 이슬을 상징한다. 나의 염원을 담아 직접 제작을 하면서 점차 많은 욕심을 그 안에 담게 되었다. 또한 여행을 다니며 수집하는 재미를 가지게 된다. 단순히 장식품을 넘어 나의 일부를 모으는 듯 했다.
어둠이 밀려오는 시간이 두려워 매일 밝은 조명과 함께 잠자리에 드는 것이 일상이었던 나에게 숨 트일 곳이 필요했던 시기에 맞춰 호객행위를 하던 장사꾼의 말솜씨에 넘어가 구매를 하게 된다. 어쩌면 의존할 곳이 필요했던 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며 나의 사적인 공간은 점점 수많은 드림캐처들로 손 쓸 틈도 없이 가득해졌으며, 단순히 관상용을 넘어 강박적으로 수집하는 모습을 보며, 처음 드림캐처를 대했던 태도가 변질되고 있다고 깨닫게 된다.
나에게 하루는 시끄럽고, 고요한 낮만 존재한다. 어두운 공간에서 지내는 것에 대한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환한 스탠드 조명 아래로 부적과 같은 무수히 많은 드림캐처들을 한참을 바라보다 잠에 들며 깊은 꿈을 꾸곤 한다. 수면에 대한 갈망을 무의식적으로 그것들에 의존해 이겨내고자 한 것 같다. 푸른 무의식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모습들에 해방감을 느끼며, 새하얀 드림캐처 같은 형상들은 마치 무리지어 멀리 이동하는 새들처럼 보였다. 그 공간에서는 나조차도 불안감이 해소되고, 온 몸을 감싼 자유로운 해방감에 도취되었다.
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점차 기억은 변질되고 왜곡된다고 생각하지만 위태롭고 불안했던 마음이 안정을 취하게 된 것은 변함이 없다. 얽히고설킨 정체 모를 형상들은 넓고 광활한 공간 속 새하얀 빛이 나며 푸른 공간에서의 왜곡된 기억을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