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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민

유지민 / {집념<백발>} / 종이판넬에 색연필 및 연필 / 116.8cm x 72.7cm / 2024 / 1,300,000

작가노트

매일 아쉬탕가 요가를 수련하는 마음은 셀 수 없이 나열한 <ASHTANGA> 글씨를 옆으로 아래로 써내려간 마음과 비슷하다. 언제 끝날까, 언제 잘할까, 왜 안 될까, 왜 이렇게 해야 할까 하는 의문 없이 그저 연속적인 움직임을 행하는 것. 똑바로 열 맞추어 써야 한다는 의무감 없이 그저 글자마다 정성, 집착, 애정, 싫증을 담으며 {집념}으로 채우는 도화지. 수련도 비슷하다. 겉으로 자세를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의무감 없이 수련장으로 향하는 정성, 시작했으면 잘 되든 안 되든 상관 없이 끝까지 마무리해보는 집착, 매트와 수련 공간과 옆에서 같이 수련하는 도반과 선생님과 스스로를 향한 애정, 매일 똑같은 순서를 반복하는 데에서 오는 싫증. 이 모든 감정을 안고 집념으로 매일 출석하는 일. 아쉬탕가 요가를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길고 연속적인 수련법인 아쉬탕가는 그 특성과 어울리게 첫 글자와 끝 글자가 같다. <ASHTANGA>. 그 특성을 활용해 <ASHTANGASHTANGA>처럼 A를 중첩해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연속성을 표현했다. 그리고 작은 글씨로 넓은 배경을 빼곡히 채워 집념을 더 크게 표현하고자 했다.
집념을 요하는 여러 자세 중 하나. 아쉬탕가 요가 수련 중 후반에 행하는 깊은 후굴 자세이다. 수련 기간이 길어지고 자세가 깊어지면 연습하게 된다. 손으로 발목을 잡는다는 의미로 붙은 명칭인 ‘캐칭 catching’(혹은 트리앙무코타아사나)을 표현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유연한 사람이든 유연하지 않은 사람이든 두려움을 경험하고 견디고 극복하며 만들어내는 후굴 자세로 강한 집념을 보였다. 매일 요가를 수련하는 작가 본인의 현재 모습을 본따 그렸지만 백발이 될 때까지 수련하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 머리색을 하얗게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