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나는 초현실적인 이미지들을 일상의 공간 안에 그려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는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다. 나는 이전의 연작 ‘가만한 나날’에서 주로 도시를 배경으로 환영이미지들을 그렸다. 이번 연작에서는 이 환영이미지가 만들어진 시작, 나의 내면세계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2022년도 새롭게 시작한 연작의 제목은 <좋은 세계>이다. 좋은 세계는 심리학자 윌리암 글래서의 심리학 용어로 글래서는 인간이 객관적이지 않은 주관적인 현실세계에 살고 있고 자신의 욕망에 따라 주관적인 이미지들을 만들어 내는데 이 이미지들을 보관하는 내면을 좋은세계라고 지칭했다. 욕망에 따른 이미지, 즉 환영을 보관하는 내면 세계라는 점이 내가 이번 연작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와 동일해 연작의 제목을 좋은 세계라 칭하였으며 나는 이 내면세계를 집과 방으로 비유하여 표현하고자 한다. 집과 방으로 비유한 이유는 사람은 바깥의 세계보다 집 안에서 더 자유롭고 안정적이며 자신의 상상을 더 자유롭게 풀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전의 연작에서 그렸던 불가능의 세계인 도시와도 상반된 장소로서 보여주고자 했다. 외부세계에서 실패된 욕망들이 집이라는 안전한 사유의 장소에서 자유롭게 풀어진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 따라서 나의 내면세계를 비유한 집과 방은 공간적 시간적 한계가 없다.
연작에서 자주 등장하는 문의 이미지는 내면세계, 좋은 세계로의 입구를 의미하며 문들의 중첩은 이러한 공간이 단편적이거나 제한적이지 않고 시간의 흐름 또한 혼재되어 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물의 표현은 중력을 통해 더 깊이 내부로 들어가는 방향성을 보이기 위함으로 표현했다. 장롱 속 신체 표현이나 방 안에 등장하는 신체의 모습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순간적인 모습을 마치 방안에 정리해 두거나 숨겨둔 것처럼 표현하고자 했으며 화장실, 혹은 거실 등에서 자라나는 나무는 인간의 자라나는 감정이자 나의 존재 자체를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