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술가
home
NEXTPROJECT
home

이나겸

작가노트

이 추운 겨울, 힘겹게 집을 나선 당신에게 날씨가 아주 말썽이죠. 뼈가 시릴 정도로 추운 이 바깥에 나오기까지 아주 힘들고 고된 시간이 었을 거예요.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선물하는 작가, 나겸입니다. 이번 편지에서는 연말과 연초의 기로에 선 제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더불어 오늘도 당신에게 한 조각의 따뜻함을 선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할 <성냥팔이소녀>와 <동굴은 따뜻한가?>는 각각 2023년을 보내는 그림과 2024년을 맞이하는 그림입니다. 이번 년도 내내 '따뜻함'이라는 감각에 꽂혀 있었는데 막상 그 단어를 그림에 옮겨 적으려니 많은 고민이 되더라고요. 2023년은 저에게 고민을 안겨 주었던 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고민과 여러 역경들이 있었기에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거겠죠? 겨울이 있기에 봄이 있듯이, 차가움이 있기에 따뜻함이 있듯이. 고통이 있기에 기쁨이 있는 것. 이 진리를 깨닫고 나니 제가 그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성냥팔이소녀>라는 제목을 보면 이런 추운 겨울 누더기 옷을 입고 길에서 성냥을 팔던 소녀의 이야기가 떠오를 텐데요. 저는 이 소녀의 모습이 바쁜 현대 사회의 우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악 중의 최악인 상황이 와도 우리들은 이겨내야 하고, 작은 희망과 목표를 붙들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번 한 해는 작가의 삶을 택한 저에게 있어서 아주 고민이 많은 한 해였습니다. 수많은 생각들 사이에서 끄집어 낸 '따뜻함'을 어떻게 빚어낼지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습니다. 전시 준비에 아직 미숙한 제가 여러 일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고 아무튼 알을 깨고 나오는 아기새처럼 사회에 막 발을 들인 제게는 가혹한 일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통들을 겪고 완성된 작품과 전시를 볼 때면 뿌듯함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마치 성냥팔이소녀의 인생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끝은 죽음일지라도 희망을 놓지 않고 고군분투하던 소녀의 마지막과 우리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또 소개 드릴 작품은 <동굴은 따뜻한가?>입니다. 저는 겁이 아주 많은 사람이라서 무서운 생각이 들 때쯤 그 생각에 귀여운 요소를 하나씩 보태고는 했습니다.
예를 들면 지금 내 뒤에 있을 귀신이 머리에 리본을 달고 있다거나, 문틈 사이로 토끼 인형이 빤히 들여다보고 있다거나 하는 상상 말이죠. 쓸데없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한다는 잔소리를 자주 들었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요? 집 밖에 한 발자국도 못 나가는 겁쟁이가 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심지어 집에도 무서운 것 들이 너무 많아요. 문 좀 끝까지 닫아 주시면 안 될까요?! 누가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요!
이처럼 무서운 것 천지인 이 세상과 겁이 많은 저를 긴밀하게 엮어 준 것은 무섭게 여겨지는 존재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이 노력이었습니다. 세상은 아주 따뜻하고 즐거운 곳입니다. 춥고 무서운 동굴 속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니 아늑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더라고요. 제가 따뜻한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제 작가노트를 함께 읽어 보시겠어요?
"우리는 쉽게 따뜻함을 잊고 차가워진다.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따뜻함은 그렇게 먼 곳에 있지 않다. "친절하시네요!" 이 한마디로, "감사합니다!" 이 한마디로 따뜻함은 상대방에게 전해진다. 추운 겨울이기에 더욱 큰 힘이 되어 주는 따뜻한 존재들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면, 따뜻함이 널리 퍼져 추운 겨울을 마치 따뜻한 봄처럼 느끼게 도와주지 않을까?"
-작가노트, 따뜻함의 정의 中저는 '따뜻함'을 선물하는 작가로서, 세상의 따뜻한 면을 모으고 그려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다가올 새해에도 그럴 것이고요. 당신의 한 해는 어떠셨나요?
앞으로의 계획은 정해 두셨나요?
저는 곧 맞이하게 될 2024년이 무섭기도 반갑기도 합니다. 작가 나겸의 새로운 출발, 아주 무섭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다음 해도 뿌듯함을 가득 남기는 한 해가 되도록 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기 위한 고민을 또 시작해 보려 합니다.
이 추운 겨울 바람 속에서도 힘차게 나아갈 당신이 늘 따뜻함을 잊지 않기를 바라며.
-나겸 드림-
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