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원 / 아늑한, 그집 / Acrylic on canvas / 90.5x60 / 2021 / 4,000,000
신수원 / Adagio2 / Acrylic on canvas / 90.5x73 / 2025 / 4,000,000
화풍은 주로 풍경이다. 어린 시절 창으로 바라보았던 경주의 풍경을 동심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유년의 기억 속 이미지들을 동심의 서정과 색채의 상징성을 버무려 새로운 이야기꽃으로 피워낸다. 기억의 편린들은 ‘온기’와 ‘순수’로 점철된다. 어린 시절 창밖으로 바라보았던 경주의 풍경에 정지되어 있다. 기억 속 경주는 눈이 부시도록 신비롭고 몽환적이었다. 어린 소녀의 시선으로 바라본 약간은 왜곡된 경주 풍경의 기억들이 성장하면서 저장된 그 어떤 기억보다 강렬한 힘을 발휘하였다.
풍경을 구성하는 데 영감을 주는 것은 여행이다. 국내·외 여행을 통해 작품 속 서정을 끌어낸다. 대개 여행자는 나그네의 시선으로 여행지를 감상한다. 현실의 감정인 외로움이나 고뇌는 잠시 묻고, 여행자의 들뜬 감정으로 여행지를 즐긴다. 작품 속 정서들이 밝고 희망적인 이유는 바로 이 여행자의 시선이 작용한 결과다.
동화 속 장면을 옮겨놓은 듯 동심으로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동심의 서정으로 꿈틀댄다. 산과 들, 새와 고양이가 어우러지지만 동화 속 풍경처럼 현실과 거리를 둔다. 어린아이의 본능적인 색채감각과 동심의 시선으로 형상화한 풍경의 하모니가 동화 속 세상으로 이끌고 있다. 어린아이 꿈속 같은 몽환적인 풍경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두 가지 성향이 작용했다. 그중 하나는 통념에 대한 비판의식이다. 고정화된 틀에 대한 거부감이 유달리 강했다. 몽환적인 풍경은 정체성 찾기와도 맞물렸다.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회의가 몰려올 때쯤에 경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렸고, 그 풍경을 자신과 동일시했다.
인간이 거주하는 영역으로의 집과 활동하는 공간과 풍경들이 삶의 터전으로 나를 포함한 인간의 연결고리이다. 사실 기억은 불확실하고 왜곡되기 일쑤다. 인간은 가장 불행했던 순간이나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기억 저장고에 쟁여두는데, 이때 기억방식에서 현실과 다른 왜곡을 가하고는 한다. 피해 갈 수 없었던 불행한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 영원히 붙잡아 둘 수 없는 행복한 순간에 대한 아쉬움을 불행한 순간은 더 불행하게, 행복한 순간은 더 행복한 상태로 기억하려 한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이 있다. 일상의 가파른 호흡으로 힘들 때, 나는 가끔 꽃들과 그 순환의 여유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