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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윤

오세윤/ Woman3/ oil on canvas/ 72.7x72.7cm/ 2021/ 500,000

작가노트

인간은 일상의 삶 속에서 여러 욕망의 충족과 결핍으로인해 다양한 행동을 하며 살아간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인간의 의식 작용에서 기인하지만, 동시에 무의식이 관여하는 일상적 행위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나의 작품에서도 그 속에 감춰진 무의식의 여러 모습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회화작업에서 무의식과 관련해서 작업을 논할 때, 그러한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던 초현실주의 작가들을 언급할 수 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해체와 변용과 같은 과정을 거친 혼종의 이미지들로서 인간의 욕망과 무의식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와는 달리, 나는 여성의 신체 이미지를 통하여 무의식을 표현하고자 했다. 내가 표현하는 여성들의 신체이미지들은 표면적으로는 왜곡되지 않은 형태와 색으로써 표현되지만, 사람의 의식에 영향을 주는 욕망과 무의식이 투영된 심리적 내면을 암시적으로 드러낸다.
나는 오래전부터 인간, 특히나 여성들의 내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인체의 다양한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고 묘사하며, 그것을 시각언어로 제시하는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일관적으로 추구한 것은 실존적 존재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나의 작품에서 일상의 삶 속에 드러나는 신체이미지들이 무의식과 욕망을 드러내는 방식을 살펴보고, 이러한 신체이미지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 관찰하고자 한다.
실존주의 철학과 현상학적 관점 및 정신분석학에 의거한 작품분석을 통해, 사실적으로 재현된 신체이미지 이면의 다양한 암시와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유한한 존재인 인간의 존엄한 가치와 인간실존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여성의 신체를 표현하게된 계기로는 여성이 소녀시절 겪는 신체의 변화에서 비롯되는 두렵고도 놀라운 감정을 표출하는 데에 있다.
어린 소녀가 여성이 될 때, 그녀의 몸의 성적 신비는 ‘고통’이 된다. 특히 그녀의 바람이 스스로를 수동적인 몸뚱이의 역할을 표현하도록 강요하기 때문에 그녀는 부끄러운 질병에서 당황스러움을 겪는다. 처음으로 겪는 신체의 비밀스러운 변화 속에서 놀라움과 당황스러움, 그리고 두려운 감정을 느끼지 않은 채 태연한 어린소녀는 없을 것이다. 호르몬의 변화는 감정을 요동치게 하고 이 모든 것은 그녀를 혼란에 빠지게하기 충분하다.
나는 이러한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는 여성의 불안한 내면과 그로인한 몸의 긴장 상태를, 신체에 보다 더 가까이 접근하는 방법으로써 표현하려 하였다. 이러한 표현방식을 통해, 나의 작업은 사진을 기초로한 사실적 회화임에도 불구하고 감상자로 하여금 작품 속 인물의 미묘한 내적상태를 체험하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작업에서 얼굴은 생략됨으로써 관람자에게 인물의 표정을 알 수 없게끔 한다, 하지만 신체가 취하고 있는 자세, 손가락 끝부분의 미세한 움직임과 긴장된 근육들의 묘사는 제한적인 색의 사용과 함께 화면에 심리적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소리없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