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소 / 냉동 백쥐도 / 순지에 채색 / 55 x 26.5cm / 2022 / 800,000
이도소 / 백쥐도 / 순지에 채색 / 55 x 26.5cm / 2022 / 800,000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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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가 죽는 순간, 그것은 사물(死物)이 된다.
생물이 무생물이 되어버리는 기묘한 순간, 물질화 된 생명체는 딱딱하고 차갑게 식는다.
냄새 나고 썩어가는, 혹은 버석 해져가는 덩어리에 불과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사물이 된 생명체는 역설적이게도, 살아있었을 때 보다 더욱 따뜻하고 찬란한 생명력으로 가득 차 보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는 생명력을 잃어버림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그것이 가졌을 과거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리워하고, 애틋하게 만드는 것이다.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무관심하게 흘러가던 어떤 생명(삶)이 충돌하는 순간,
그 순간에 아름다운 귀신(허상)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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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계속해서 이별과 충돌을 겪으며 살아간다.
이별과 충돌은 필연적으로 어떤 것의 소멸(부정)을 가져오고, 그 속에서 귀신(허상)이 태어난다.
수많은 허상들 속에서 내가 뭘 어떻게 했어야 할까 하는 후회를 안고 살아간다.
귀신에 에워싸이는 순간, 현재는 끊임없이 과거로 회귀하고 미래는 멈춘 채 다가오지 않는다.
현재를 살아가고 싶다면 과거로부터 되살아나야 한다.
과거로부터 되살아나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내가 만들어냈던 아름다운 귀신들을 그러모아본다.
그들을 한군데 모으고, 팔을 벌려 내가 그들을 에워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