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진/ 내 마음의 정원 / Mixed media on canvas / 116.8x91 / 2020 / 5,000,000원
박은진 /내 마음의 정원/ Oil on canvas / 91x116.8 / 2021 / 5,000,000원
작가노트
어느 해 가을, 고향 친구들과 부암동 나들이를 갔다가 택지 가득 붉게 물든 맨드라미 밭을 마주했다. 오랜 기간 맨드라미를 그려오고 있던 나에게는 마치 보물 상자를 발견한 것처럼 가슴 두근거리는 순간이었다.
위풍당당하게 튼튼한 줄기를 뻗어 더 높은 지향점을 향해 붉게 물들어 타오르고 있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사진을 보고 작업을 하다가 가을이 끝나 갈 즈음 다시 찾아갔을 때엔 전혀 다른 모습의 맨드라미를 만날 수 있었다.
여름 철 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모진 애를 썼던지, 불과 얼마 전의 투지 넘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바싹 말라버리고 절반 이상은 뿌리째 뽑혀져 마구 쌓여있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화려하게 자라나고 저무는 붉은 맨드라미의 모습에 더 매혹된 것은 그때의 강렬한 만남 덕분이다. 맨드라미의 모습은 그 자체로 내 작업의 큰 영감이다. 치열하게 피었다가 화사했던 시절을 지나 순환하는 자연의 섭리를 최선을 다해 일깨워주기 때문이며, 우리 인간의 삶과도 무척 닮았기 때문이다.
땅속에서 나와 움트고, 활짝 피운 뒤 흐트러지고 떨어진 소중한 몸짓을 나누고자 내 작은 화폭에 담아 작업해 본다.
꽃들은 각자의 주기와 시간을 사는 것이다
나는 내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을 그린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맨드라미 그림 지겹지 않냐고. 아직은 지겹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