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리 / fool / 캔버스에 아크릴 / 72.7 x 60.6 / 2024 / 1S,500,000
작가노트
목적을 가진 것들의 고정된 모양은 일상적이다. 그 중 소파는 '앉는 곳' 이라는 쓸모에 대한 확신이 있기에 우리는 소파라는 이미지에서 휴식과 안정을 연상할 수 있다.
오랜 역사 속의 소파의 모양은 본질을 잃은 적이 없었다. 늘 등받이와 앉을 수 있는 공간, 쿠션, 팔걸이가 존재했다. 우리에게 안락함을 주고 안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사물로서 소파를 생각할 때 그 이미지는 당연한 모양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모양은 불완전하고 예측할 수 없는 우리의 삶에서 큰 상징적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몸의 긴장을 풀고 널부러져 있는 내가 연상된다. 그것만으로도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인 삶 속에서 잠깐의 위안이 되며 편안하다.
하지만 그것들은 스쳐지나가는 이미지일 뿐이며 실체가 없다.
현실 속에서 겪는 경험에서는 머물던 곳을 떠나고 익숙한 것들을 버려야할 때가 많다.
안정을 짧고 불안은 길다. 나는 이 사실을 직면함과 동시에 불안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을 방법에 대해 사고해야 했다.
그 방법들 중 '소파가 더이상 휴식을 위하지 않는 다면 어떤 모양이 가능해질까?' 라는 예측불가능한 흐름을 상상했다. 목적성을 버리게 함은 당연한 모양을 잃게 했다.
당연했던 모양값을 버리자 어떤 모양이든 가능해진 소파의 파편들은 낯설어졌다.
나는 이런 낯선 이미지들을 곧 새로움이자 자유로운 모험의 형상으로 표상하고자 했다.
캔버스 속 소파들은 목적성을 잃고 존재하고 있으며 안정감보다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던져진 이미지들은 추론하는 데로 짜맞춰질 것이고 관찰자의 자유의지에 따라 상상될 모양은 다르다. 각자의 다른 관점과 마음가는 이야기로 불안정한 소파가 시도하는 모험을 사유하며, 우리는 변덕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