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옥/2024 줄 세우기 시리즈(산수24-1)/캔버스에 유화/90.9x65.1cm/2024/₩900,000
김윤옥/2024 줄 세우기 시리즈(산수24-2)/캔버스에 유화/90.9x65.1cm/2024/₩900,000
작가노트
색 선들을 하나씩 나열 해 본다.
하나씩 채워나갈 때마다 남은 여백을 보며 온갖 스트레스와 안구 건조 등의 통증을 느끼지만
잠시 뒤로 나와 작품을 달관하듯 빤히 바라보면
때로는 고운 자개 색이 혹은 찐한 푸른빛 하늘이, 더 나아가 바다같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단순히 보이는 것만을 위해, 이 같은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한 줄 꾹꾹 눌러 그려 가다 보면 어느새 이 세계에 나 혼자만 존재하게 된다.
이제 새로운 스트레스가 생겼다. 이곳에는 나뿐이니 오로지 내 생각만 하게 된다. 나의 과거, 현재, 미래까지 온갖 고민을 붓끝에 녹여내기 시작한다. 가끔 붓이 흔들리지만 버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그 고뇌를 뽑아내어 다시 재정리 한다. 휴지통에 넣어야 할 것들은 과감히 버리고 간직해야 하는 것들은 평생 기억할 수 있도록 뇌 속에 집어넣는다.
반 백살 인생이라 워낙 처리해야 하는 생각과 기억들이 많다. 혹시 이걸 읽는 젊은이들은 미리미리 정리해 두길.
이 사투의 끝에 다다랐다. 마지막 줄을 긋자 나는 비로소 한숨을 뱉고 어깨를 펴본다.
세상에, 나는 이런 삶을 살아왔구나.
간혹은 그 삶속에서 자연을 흉내내고 있다.
보여지는 것들을 정성스레 다시 재배열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