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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이헌 /더 문(The moon) /oil cavas /36 x 53 cm /2023 /800,000 원
이헌 /주피터 /oil cavas /36 x 53 cm /2023 /800,000 원

작가노트

장소를 식별하기 어려운, 지리적 위치를 추적할 수 없는 곳을 그린다.
그러나 이곳은 세상으로부터 보고 느껴왔던 곳들의 어딘가이며 그리워하고 보고싶어 했던 현실의 바깥 이다.
지평선은 땅과 하늘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게 하고, 하늘은 늘 같은 장소에서 늘 다른 믿음으로 다가온다.
하늘은 더 많이 볼수록 더 신비롭기만 하다.
오늘날 지평선은 디지털과 현실이 만나는 공간처럼 느껴지면서도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뛰어넘어 떠있는 듯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현실의 구름도 대기 중에 수증기를 유지하고 비를 내려 토양을 적절히 관리하듯 빅데이터 클라우드는 대량의 다양한 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한다. 하늘은 언제나 도달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아늑하고 그리움으로 가득한 대상으로서 무한의 세계로 연결되는 창같다. 수많은 데이터들이 움직이는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며, 두 개의 세계가 만나는 순간을 담아내고자 하는 미학적인 탐험의 한 부분이다.
자연풍경은 바람·날씨·기후·온도 등을 포괄하고 있고 늘 유동적이면서 혼돈이다.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과 상태, 그리고 그러한 상황을 느끼고 본다는 것은 삶의 상황을 마주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회화는 바람을 쫓는 행위이면서도, 풍경 앞에서 서성이는 한 개인의 표상이기도 하다.
<눈과 손의 공명>
글 : 권은영(ACC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학예연구사)
무릇 화가는 눈으로 보고 손을 움직여 눈으로 볼 수 있는 예술 작품을 창작한다. 오늘날 화가의 손에는 연필부터 붓, 나이프부터 컴퓨터 마우스까지 다양한 재료와 도구가 자리한다. 화가의 손에 무엇이 쥐어져 있었을지 관객의 눈은 작품을 보며 상상한다. 그리고 작품과 대화를 시작한다. 작가의 필력을 따라 화면을 종횡무진하기도 하고, 그가 펼쳐 보이는 색의 향연 속에서 하루의 흔적을 쫓기기도 한다.
회화의 역사와 특징을 탐구하며, ‘회화의, 회화를 위한, 회화에 의한’ 작품을 고집해 온 이헌 작가의 작품은 눈과 손의 공명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약 10년의 시간 동안 꾸준히 회화만이 가능한 ‘예술적 언어’를 찾아 고군분투한 그의 작품은 보고 그리고 다시 보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단순한 교집합을 넘어서 회화의 내재적인 힘을 극대화하며 공명한다. <접경> 시리즈에서 시작해, <흑색회화>로 변모했던 그의 <클라우드> 시리즈까지 작가가 선사하는 눈과 손이 만든 공명의 궤적을 따라가 본다.
자연물과 인공물을 대비하는 <접경> 시리즈는 도시 풍경화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숲 어딘가에 버려진 낡은 쇠 파이프와 철근은 산업화의 잔재 속 버려진 현대인의 양심을 날카로운 필치로 꼬집는 듯 하다. 가녀린 잡초의 잎맥은 뾰족한 폐자재와 대비를 이루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끈질기게 삶을 이어가는 생명체의 강인함을 보여준다. 이는 어쩌면 복잡하고 화려한 동시대 미술계에서 우직하게 평면 회화를 고집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부지런히 그리고 꾸준히 미술사를 공부하고 회화를 탐구했다. 그의 일련의 노력은 미술사 속 명작을 지워가며 미술의 형식, 사상, 습관, 태도에 도전하는 <흑색회화> 시리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흑색’은 모든 색과 형태를 머금으며 무한의 공간을 암시하며, 동시에 동 트기 전 칠흑 같은 어둠은 일출을 연상시키며 새로운 시작과 출발을 기대하게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비정형의 구름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우리 내 삶과도 닮아 있다. 작가는 최근 <클라우드> 시리즈에서 가변적인 풍경의 예측 불가능성을 삶을 마주하는 개인의 입장에서 발전시킨다.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구름 가득한 풍경화는 켜켜이 쌓인 색의 농도만큼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작가는 회화를 “바람을 쫓는 행위이면서도, 풍경 앞에서 서성거리는 한 개인의 표상”으로 설명한다. 바람처럼 한순간 사라질지도 모르는 우리 인간의 실체를 직면하는 젊은 작가가 보여줄 또 다른 눈과 손의 공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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