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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김정민 / 기대해줘, 기대하지마 / Acrylic, medium, oil pastel on canvas / 신한 110258755749 / 53 x 72.7cm / 2022 / 800,000
김정민 / 세상의 모서리 / Acrylic, medium on canvas / 신한 110258755749 / 53 x 33.4cm / 2022 / 400,000

작가노트

1) 기대해줘, 기대하지마
사람들이 ‘나’라는 사람에게 기대하는 모습들은 저마다 다양합니다. 때로는 자신이 스스로에게 거는 기대가 더 엄격할 때도 있습니다.
나의 상태에 따라 그 기대들은 가능성을 믿어주는 고마움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한 없는 버거움으로 느껴 지기도 합니다.
가시로 표현된 덩어리는 실제 자신의 모습입니다. 오일파스텔로 그린 선들은 나에게 기대되어지는 모습들을 나타냅니다. 그것들은 지시선 같은 느낌도 듭니다.
“이 선까지 채워야해.”, “여기에 맞춰야 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이 점선이 아니라 실선인 것은 이러한 이유입니다. 약간만 방향을 틀면 얼추 비슷해 질 것 같은 모습의 선도 있고, 모양과 방향을 모두 변화시켜야 가능한 모양도 있습니다.
어느 모습으로 변한다고 해도 모든 선에 맞출 수는 없습니다. 지금의 모습이 될 때까지 어떤 선들을 지나쳐왔을까 안쓰럽기도 대견하기도 합니다.
스스로가 너무 지치지 않고 즐겁게 기대를 충족해 나갈 수 있도록 내가 나를 살펴주면 좋겠습니다.
내 모습과 너무 다른 선은 쓱쓱 지우기도 하고,  역부족이지만 포기가 안되는 선은 슬쩍 내 모양에 맞게 고쳐보는 유도리를 발휘해볼 수도 있습니다.
저돌적으로 달려가는 실선도 좋지만, 온통 점선인 순간도 살아보면 어떨까요?
2) 세상의 모서리
이 선 안은 내 편, 선 밖은 상대편, 선 안은 옳고, 선 밖은 틀리고, 선 안은 허용적, 선 밖은 적대감
선은 편리하지만 관계를 경직 시키고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이분법적 사고 안에서는 타인을 이해하는 융통성과 여유를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결국은 소외되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선들 밖에서 혹은 선 안에서 방황하는 가시투성이들이 타인이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단단해 졌으면 합니다. 의도 없는 눈빛과 행동에 지레 상처 입고 겁먹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신들에게 어울리는 곳이 세상의 가장 구석진 자리라고 여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수의 선이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유일하고 고유한 나는 언제나 내 세상의 중심임을, 그 곳에서는 선이 의미가 없음을 알게 되길 바랍니다.
선은 무수한 가시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짙은 보라색으로 표현된 나는 선으로 표현된 세상의 가장 모서리 혹은 세상 밖에 존재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나의 세상은 누군가가 그어 놓은 선이 아닙니다. 캔버스가 나의 세상입니다. 짙은 보라색의 나는 캔버스 한 가운데에 있습니다. 당신의 세상에서는 당신이 어디에 있던 그 곳이 중심입니다.
<작가노트_가시투성이가 가시투성이에게>
이상하게 고단한 우리들의 삶입니다.
아침에 떠지지 않는 눈꺼풀의 무게 만큼 짐을 짊어지고 하루를 보냅니다. 밤에는 걱정의 파도가 감기는 눈꺼풀을 쉴 새 없이 밀어냅니다.
눈을 뜨고 감는 사이에 보이게 숨어있는 행복을 더듬거리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가시투성이와 닮았습니다.
가시투성이로 살아가기
가시투성이로 잘 살아가려면, 나를 지키고 상대방도 존중할 수 있는 적당한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합니다. 문제는 사람들마다 가시의 형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적절한 거리도 모두 다릅니다.
타인 뿐만 아니라 나와의 관계도 어렵습니다. 나로 살아가는 시간은 점점 늘어가지만 그 과정 속에서 변화하기도 하고, 스스로의 모습을 착각하고 속이기도 합니다. 때때로 가시는 안쪽으로 자라서 스스로를 찌르기도 합니다.
나만 볼 수 없는 가시
다른 사람의 가시는 눈에 보이지만, 내 몸에 난 가시는 보이지 않습니다. 찔리고 찔러가면서 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나의 가장 긴 가시가 어디에 있는지, 나의 가장 짧은 가시의 길이는 어느 정도 인지, 유독 가시가 많은 부위는 어디인지, 가장 연약한 부위는 어디인지, 얼마나 날카로운지, 강도는 어떤지, 궁극적으로 가시로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깨닫는 것이 가시투성이의 숙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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