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나의 밤은 단순하지 않다. 밤은 낮 동안의 산만하고 어지러웠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며, 오롯이 자기성찰에 집중할 시간을 선사한다. 나는 그러한 시간을 통해 생각이 정리되는 시간과 공간을 기록함으로써 치유와 해소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나의 모습을 향해 나아가는 수행(修行)의 과정이 된다.
밤은 수묵(水墨)과 닮아 있다. 먹의 검정은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고요함 이며, 무한한 깊이를 가지고 있어 밤과 닮았다.
또한, 삼라만상(森羅萬象)을 품은 먹이라는 색의 스펙트럼은 곧 화면에 무한한 생명과 긴장감을 이끈다. 나는 먹과 여백(餘白)이 음양(陰陽)의 조화를 이루어 나타나는 것을 단순한 흑백이 아닌, "인간(人間)"이라는 색으로 나타난다고 보았다. 따라서 나의 작업은 밤에 대한 주관적인 심취만이 아닌, 사회 관계 속 '나'라는 존재에 대한 물음과, 그 안에서 느끼는 후회와 욕망, 바쁜 삶에 대한 이성을 잠시 재우는 시간이자, 고요 속의 상념을 일으켜 치유하고, 해소하는 공간에 대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