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빛과 바람을 품다 2, 한지위에 아크릴, 53x65.5, 2023, 2,300,000, 미판매
이미숙, 빛과 바람을 품다 1-4, 한지위에 아크릴,72.5x60.5, 2024, 3,000,000,미판매
이미숙, 빛과 바람을 품다1-2, 한지위에 아크릴, 60.5x72.5, 2023, 3,000,000,미판매
작가노트
빛과 바람을 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우선 색으로 나타난다. 그 어떤 사물도 빛이 없는 곳에서는 자신을 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사물은 빛을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다양한 색으로 자신을 내보인다. 사물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첫 순간이다.
나는 빛의 물리적 현상에 따른 색의 지각과 사물과의 작용에 집중한다. 빛, 색, 사물 지각에 대한 일반적 설명은 사람을 주체로 이루어지는 물리적 현상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다. 나는 색 지각에 대한 과학적 설명에 회화적 상상을 더 해서 좀 더 새로운 관점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색과 그 색으로 보이는 대상에 집중한다.
나는 사물의 독자성에 집중하여 그 주체를 사물로 하는 상상을 한다. 이런 상상에 기반하여, 나의 작업은 ‘사물은 어떤 색으로 지각되기보다는 사물이 어떤 색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라는 관점으로 시작된다. 작업은 가벼운 듯 눈부시도록 강한 빛과 석양을 향해 가는 묵직한 듯 온화한 빛을 품고 있는 자연 속 사물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다.
자연 속 사물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변화하는 빛을 강하게 반사하거나 적극적으로 흡수하거나 천천히 흡수하는 방식으로 빛을 받아들이는 정도를 달리하면서, 때로는 날카로운 듯 반짝거리는 강렬함으로, 때로는 퍼지고 스며들 듯 몽환적 분위기의 색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빛과 함께 변화하는 색의 움직임은 다양한 감성과 에너지를 발산하고, 자연 속 사물의 존재감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때 바람과 같은 자연현상이 더해지면 그 존재감의 깊이는 더욱 진하게 다가온다.
결국 나의 작업에서 빛은 자연 속 존재하는 사물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색이 되고 존재감을 더욱 실감 나게 하는 조건이 된다. 눈이 부신 빛을 연상시키는 흰색은 비어있는 듯 채워지는 충만함의 울림으로 강렬하게 다가온다. 천천히 스며들 듯 변화하는 흰색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모습으로 빛의 움직임을 나타냄과 동시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처럼 바람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내밀하고 고독한 심상에 불어오는 온화한 바람처럼 고요한 울림으로 마음의 여백을 채운다. 가벼운 듯 맑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고요하고 묵직한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자연 속 사물의 색은 몽환적이고 초월적인 힘으로 존재의 아우라를 느끼게 한다. 그 고요한 울림의 공명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경의와 외롭고 고독한 심상에 알 수 없는 충만함으로 위로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