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희 / 소원(小園) / 판넬에 혼합재료 / 65.1x65.1x4 / 2023 / 1,750,000
작가노트
삶의 여정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삶 속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관계에서 항상 솔직해지기보다는 원만한 관계와 안정적인 소속감을 가지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가면을 쓴 채 자신을 보호하고 숨기며 관계를 맺는다. 이런 관계의 연결은 파도 속 요동치는 흐름 속에서 본질은 봉안되어 우리의 진정한 자아로부터 단절될 수 있다. 그러한 순간 격동하는 생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지친 자신을 보듬어주고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공간과 물건에 의지하며 자신의 모습을 지키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혼란스러운 마음을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러한 공간을 ‘내면의 섬’으로 표현했다.
일반적으로 ‘섬’은 사방이 물로 둘러싸여 있어 고립된 공간이다. 하지만 작품 속 ‘내면의 섬’ 안에서 우리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솔직해질 수 있다. 섬은 자신이 어릴 적부터 꿈꿔오던 놀이동산 같은 공간이 될 수도 있고 나의 감정을 툭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 가득한 공간이 될 수도 있으며 상상 속 물건이 가득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 상상의 보물들로 장식된 공간으로 구현되기도 하며 다양한 감정들이 복잡한 혼란 속에서 얽힐 때, 이 섬은 여과되지 않은 내성과 자기 정직함을 수용하면서 무수한 공간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나의 작업은 갈색 계열의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고 그 위에 하나의 아늑한 공간을 이루는 섬으로 만들어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도 시간이 흐르면서 모양, 색깔, 알갱이 등이 다른 흙들이 쌓여 단단한 지층이 만들어졌고 그 위에서 삶을 살아간다. 우리의 내면도 자라오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통해 내적 성장을 반영하며 이런 과정을 겪은 내면의 모습을 갈색의 조각들로 조직감 있게 표현했다. 또한 이 내면의 섬에는 꽃과 나무와 같은 자연물이 항상 존재하는데 마음이 소란하고 복잡할 때 자연스럽게 자연을 찾게 된다. 자연은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감정과 추억으로 이루어진 내면의 섬도 존재만으로 아름답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작품에는 섬 안에 있는 특정한 요소들과 자연물들을 조각으로 표현했다. 조각들을 자유롭게 배치함으로 섬을 추상적으로 표현하였다.
섬을 추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섬이 특정한 공간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시공간으로 모두에게 존재하는 공간으로써 편하고 자연스럽게 스며들길 바란다.
나의 내면의 섬은 삶의 시련으로부터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수용하고 성찰하며, 현실의 세계 해방된 공간을 모험하기 위한 오아시스로 생각된다. 이러한 내면의 섬이 모두에게 오아시스와 같은 쉼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