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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재

신천재 / 기어이 나는, 흠집 없는 내가 되기 위하여 002 / Mixed media on canvas 100.0 x 72.7cm/ 2024 / (미판매)
신천재 / 공중둥지의 숲 : 새벽으로부터 이어지는 아침 002 / mixed media on canvas 72.7 x 53.0 cm / 900,000원
신천재 / 공중둥지의 숲 : 음소거의 밤 002 / mixed media on canvas 72.7 x 53.0 cm / 900,000원

작가노트

Glass Kill : 유리파사드 빌딩의 반사면을 보고
하늘인 줄 알고 부딪혀 죽어가는 도시 속 새들의 죽음
‘위태로운 이 비행은 활주로도 이착륙할 곳도 내어주지 않는다....’
혼란의 유리숲에서 부딪혀 죽어가는,
도시에서 살아남아야하는 무해하고 고요한 식물의 자아를 가진
‘잘못된 숲의 새’의 삶을 시작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떠올렸고,
그것을 그려내었다.
신천재 작가는 존재하는 동안 계속해서 만나지는 여러가지 사건과 그림자 진 장면들에게서 수시로 거울처럼 비치는 ‘낯선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중략)
그렇게 ‘자기’로부터 분리된 불온전한 ‘조각 자아’들을 타자화할 때, 그 조각들에게 전달받았다 믿게 된 머릿 속 대화들에게서 리듬감을 느낀다.
귀가 아닌 것으로 체험한 그 리듬을 이미지화하기 위해 여러 과정을 통해 ‘기록자의 역할’로서 가상의 존재가 보여준 리듬의 내러티브를 박제하려 노력한다.
그 과정이 마치 작고 초라하게 홀연히 상처입은 자아들(나로부터 태어났지만, 결코 나처럼 느껴지지 않는 조각자아들)의 울부짖음으로 만들어진
유일무이한 뮤지컬의 악보, 또는 동화의 구현처럼 느끼고, 완성의 순간에 비로소 상처받고 훼손된 자신의 깨어진 일부는 새로운 이름을 얻은 독립된 개체가 되어 영원히 극복한 듯한 느낌을 얻는다.
이 과정이 작가 자신에게 또 다른 방식의 ‘춤’처럼 느껴진다.
최근의 작업들은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와 리듬,
이미지가 떠오르는 흐름을 따라 ‘수행’의 과정처럼 진행되었다.
신천재 작가는 사진, 드로잉, 페인팅 등으로 콜라주를 만들고,
그것을 촬영 또는 스캔하여 디지털 콜라주 및 왜곡, 보정, 드로잉하고,
그것을 프린팅하여 다시 아날로그로 드로잉과 페인팅, 콜라주해서 촬영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회화인지 사진인지 콜라주인지 단번에는 알 수 없는 작품이 완성이 된다.
겹겹이 겹치는 시간의 레이어가 깊어질수록 재료의 힘은 약해지고,
여러번의 촬영과 인쇄를 거듭하면서 이야기를 한 면에 겹쳐갈 때마다 처음의 그림이 차츰 달라진다.
이것을 ‘시간을 바르며 재료의 힘을 희석하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시간을 바를수록’ 그림은 아주 얇게 변화하고, 출력하고
다시 그 위에 그림을 얹으며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넘나드는 사이에 재료의 힘은 약해지며 ‘시간와 이야기의 공기층’이 쌓인다.
이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작가는 떠올리는 질문들의 사적인 세계에 스스로 더 가까워지기를 바랐다.
그리고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가진 아픔도 차차 희석되길 바랐다.
모든 것이 공기를 만나 산화하듯이...
이것은 작가가 ‘식물적 자아(잠재의식 안에 분명 존재할 무해한 삶의 자세)’를 회복하기 위한 ‘수행’이며,
세상과 자신의 구석구석을 관찰하는 힘과 눈을 유지하게 하는 절실한 ‘대화’이다.
<공중 둥지의 숲>에 대하여 :
1.
대지의 뿌리를 내린 모든 식물이 그러하듯이 적어도 '식물'로 사는 동안 한 번쯤은 걷고, 달리고, 날아다니는 꿈을 반드시 꾸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2.
그러나 뿌리 없는 식물에게는 조금 다른 이야기. 그들은 꿈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대기 중에 너울거리며 얇은 막처럼 일렁이는 숲의 습기와, 공중에 별처럼 흩어진 아주 여리고 미세한 먼지를 먹으며 <공중 둥지의 숲>에서 살고 있는 에어 플랜트 D는 새벽에서 아침으로 이어지는 태양이 떠오르기 직전, 마치 새처럼 날아올라 날카로이 깨어지는 이슬을 부수고, 생명력을 과시하며 순식간에 끝나는 아주 짧고 거친 비행을 즐기곤 했다.
비밀이지만 이들은 사실 날 수 있는 식물들이다. 숲 전체를 둥지 삼는 초록의 새일지도.
3.
그러나 인간에게 이 존재를 들켜서는 안된다.
그들은 '아름답고 희귀한 것들'은 모조리 이름표를 붙여 값을 매겨야 하고, 해체하고, 분석해 보아야 하고, 소유권을 다투어야 하고, 반드시 주인 또는 노예로 등급을 나누어 본 뒤에 서로 애써 짝지으려 하고, 나누어가질 수 없는 다수에게 과시하고 전시해야하고, 투명한 사각형에 가두어 하나뿐인 영혼을 갈취한 뒤에, 속박하여 천천히 영혼부터 말려 죽여버리는 것에 특출난 생명체들이었다.
4.
인간은 찾기 어려워하는 <공중 둥지의 숲>에 사는 이 날개 달린 식물들은 종종 새벽이면 몰래 뿌리를 벗고 자유로이 활주하다, 해가 숲의 구석구석 비추기 시작할 때쯤 적당히 낮고 축축하고 그늘진 흙 위로 착륙하였다. 스릴로 인해 쿵쿵거리는 얇고 가느다란 초록 가슴과 토독거리며 할딱대는 호흡을 얼른 정돈하려 노력하고는 '적당히 흔한 식물'로 돌아오곤 했다.
인간은 어차피 흔하고, 작고, 말수가 없어 조용하고, 적당한 것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으니까.
그들은 이 정도면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벗어두었던 뿌리를 신고 흙 속으로 파고들어 앉는 동안 속으로 소리없는 웃음을 짓고는 했다.
그리고 정말로 아직까지 이들은 발견되지 않고 자유로이 살아가고 있다. 쉿.고 자유로이 살아가고 있다.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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