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덕 / 뭉실뭉실 떠다니는 / 캔버스에 아크릴릭, 먹 / 116.8 x 91.0cm / 2022 / 10,000,000
작가노트
분노를 일으키는 뉴스를 자주 보곤한다. 치정, 존속, 폭력에 대한 우리사회의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나에게는 묻지마 범죄가 가장 큰 분노를 산다. 여자화장실에서 술에 취해 여성을 이유 없이 폭행하고 달아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행인을 무차별 폭행해 60대 피해자가 의식 불명에 빠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일면식이 없는 시민을 공격하는 사건을 표면적으로는 동기가 없는 범죄처럼 볼 수 있지만, 기저에는 사회에 대한 불만 등이 있어서 불특정 다수 가운데 약한 상대를 골라서 표출하는 걸로 볼 수 있다.
분노는 쾌락의 범주에 속한다. 이것은 일종의 감정이자, 분풀이이기 때문에 이 세계에서 필요하지 않다. 들뜬 마음, 지나친 욕심, 높은 쾌감에서 벗어나고 싶다. 마음에 사로잡힌 대가는 꼭 치른다. 인과응보의 법칙이 세상에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들뜨지 않아야하는 이유이다. 인간은 자연스럽게 쾌락을 추구한다. 때로는 도가 지나쳐 분노를 경험한다. 분노한 뒤에는 더 강력한 자극이 되어 다가온다. 타자에게 피해를 입힌다. 단순히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평정심을 유지하는 수행을 하고자 한다.
화면 속에 평정심을 최대한 유지 하려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자연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불을 피우거나 덫을 놓는 등의 행위를 한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은 끊임없이 실패하며 반복된다. 이러한 반복적인 행위는 기분의 들뜸을 알아채기 위한 '수행’이다. 나 또한 아크릴 물감을 희석한 물을 자유롭게 흘리거나 떨어뜨리고, 흔적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방식을 반복한다. 비, 불, 구름과 같은 자연의 현상에서 영감을 받은 패턴을 만듬으로써 수행한다. 분노하고 우울한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생존을 위해 오늘도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