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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박지민/gaze/캔버스에 유화/53x45.5cm/2024/300,000
박지민/walking/캔버스에 유화/65.1x53cm/2024/400,000
박지민/한 걸음 멀어지면/캔버스에 유화/116.8x91cm/2024/1,500,000

작가노트

처음 관심을 가지고 그린 장면은 어둠 속 서서히 나타나는 빛이 있는 공간이었다.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은 공간은 어둠에 둘러싸인 빛으로 나를 깊이 빠져들게 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빛과 어두움이 주가 되어 시각적인 몰입을 유도하는 작업을 했다.
작업을 진행하며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공간인 카페, 전시 공간 등을 사용하고 있는 인물의 모습을 관찰했다. 차분한 분위기의 공간 속에서 작업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그림을 감상하는 인물의 공통된 특징은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하는 행위에 몰두하는 것이다. 정적인 자세를 취하며 공간을 사용하는 이들은 마치 처음부터 공간에 존재했던 하나의 건축적 요소처럼 보였다. 그 이유는 공간이 그 자체로만 있을 때보다 공간을 점유한 인물의 존재와 활동을 통해 완성되기 때문이다. 인물은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고 그 공간의 분위기와 경험을 조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인물과 공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들의 행동, 감정, 자세는 공간의 완성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인물의 역할이 공간을 완성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 그림에 인물을 적극적으로 추가하기 시작했다. 집중하는 인물의 모습과 정적인 상태, 이를 둘러싼 공간이 조화를 이루어 인물이 그 공간의 일부인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작업 시 참고하는 이미지는 실제 장면보다 명암 대비를 강조하여 시각적으로 강렬한 집중을 유도하고자 했다. 또한 빛이 서서히 퍼지는듯한 효과를 내기 위해 공간과 물체의 경계를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시각적인 부드러움과 깊이를 더했다.
최근에는 실내 공간에서 강한 조명의 대비에 몰두한 나머지 면을 처리하는 부분이 점점 단조로워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제한을 벗어나기 위해 실내 공간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외 공간도 그리기 시작했다. 실외 공간은 시간대마다 변화하는 햇빛과 바람의 세기 등이 반영되어 더욱 리듬감 있는 표현이 가능해졌다. 인물의 자세 또한 걸어가는 찰나와 어떠한 행동을 하려는 순간 우연히 찍혀 명확한 형태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전보다 더 유연한 붓질로 그리는 시도를 할 수 있었다.
공간 안에서 강한 시각적 이끌림의 발견에서 출발하여 현재는 그 공간을 점유하는 인물이 공간과 조화를 이루며 마치 공간의 일부로 녹아든 듯한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앞으로 작품의 방향성은 내가 어떤 공간에 빠져드는지 끊임없이 관찰하고 바로 그 몰입의 순간을 탐구하는 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