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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경

백선경/ 틈을 비집고/ acrylic on canvas/ 40.9x 27.3cm/ 2022 / 450,000원

작가노트

수많은 건물들이 밀집한 도시를 거닐다 보면 길에서 발견한 아무런 인기척 없이 비어 있는 공간들이 거대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이곳에서 나의 눈길을 이끄는 것들은 건물 벽에 생긴 눅눅한 자국들, 틈을 비집고 나오는 잡초, 부서질 듯 바스락거리는 죽은 잎, 먼지가 엉켜 있는 거미줄, 바닥의 새 발자국 등이다.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따뜻한 공간이 아닌 차가운 공기와 삭막함만이 맴도는 빈 공간에서 발견한 풍경들은 작거나 얇고, 연약하며 시간의 흔적과 자국들을 그대로 머금고 있다.
수많은 시간들이 지나면서 남기고 간 흔적들을 뒤쫓아보며 그곳에서의 시간들을 가늠해보고 더듬어보며 이미지를 구상한다.
사람이 부재한 공간에 작고 연약한 존재들이 남긴 흔적들을 붙잡고 겹겹이 축적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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