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25일 11시 00분
거듭되었던 치열한 오디션 끝에 현재 본인은 Bergische Symphoniker의 수석 단원으로 새로운 오케스트라에 적응하고 있다.
오케스트라 호른 수석의 소리는 곧 호른 파트의 아이덴티티를 결정한다. 오케스트라의 개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매 리허설, 연주마다 소리를 결정 하는 모든 일에 아카데미나 학교 오케스트라와는 다른 차원의 부담감이 있다. 이제 정말 프로로서 갈고 닦아온 “전문성”을 내놓아야 할 책임이 있는 사회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부담은 파트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조화로운 사운드(음정뿐만이 아닌 음색, 음악적 아이디어) 뿐만 아니라 수석 단원(본인)의 몫인 호른 솔로 파트가 나올 때는 가장 좋은 퀄리티의 확실한 나의 소리를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음악감독, 객원 지휘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음악적 요구와 개성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나 스스로가 먼저 잘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첫 리허설 때 악보 보기에 급급한 상황이라면 우리 파트의 단원들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내가 확실하게 곡을 이해하고 연주해야만 옆, 뒤에 있는 단원들이 따라오기가 쉽고 그래야 함께 좋은 음악을 만들 수가 있다.
Bergische Symphoniker 단원들은 3차에 걸쳐 나를 선택해 줬기에 철저히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어렵게 잡은 기회이기에 매일 부담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
사실 지금은 확실한 정단원이 되기 위한 평가 기간이기에 심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부담감을 가장 잘 이해해 주는 이들은 그 과정을 이미 다 겪어온 기존의 호른 단원 선생님들이다.
때로는 나의 음악적인 요구를 함께 의논해 주며 소중한 피드백도 잊지 않는다. 든든한 아군으로 때로는 저녁 식사와 맥주 한 잔을 함께 하기도 한다. 나이 차이가 30살 이상 나지만 함께 맡겨진 연주를 소화하며 단 한 번의 불편함도 느끼지 않는다.
어느 한 연주가 끝나고는 박수가 다 끝난 후 부수석 선생님께서 내 어깨를 두드리시며 “계속 지금처럼 해”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온전히 이 사회에 적응하고 진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
글 정원철 / 편집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