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6일 오전 11시 00분
Česká Filharmonie는 세계적으로 주요한 관현악단으로 꼽히는데 1896년에 설립되어 출범한 지는 올해 127년째 되는 유서 깊은 교향악단이다.
1896년 1월 4일 체코 필하모니의 첫 번째 소리는 드보르작의 지휘에 의해 선보여졌고 1908년, 구스타프 말러는 자신의 지휘로 7번 교향곡 ‘밤의 노래’를 체코 필하모니와 초연했다.
역대 상임지휘자 중에는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가 있었고, 2차 대전 당시 체코 필을 이끌던 라파엘 쿠벨릭은 바그너를 연주하지 않고 나치식 경례를 하지 않는 등으로 나치의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공식적으로 비판함으로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현재에는 세묜 비치코프가 악단을 이끌고 있다.
체코 필하모니의 정규단원은 내 또래부터 1970년대에 입단해 역사를 함께한 원로 선생님들까지, 이들은 한곳에 모여 가치 있는 소리들을 만들고 있다.
정원철과 체코 필하모니
체코 필과 함께하는 나의 첫 시즌이 벌써 반 이상 지나갔다. 작년 9월 시즌의 오프닝 연주를 무사히 끝내어 안도의 한숨을 쉬던 게 얼마 전 같은데 벌써 열두 번의 프로젝트를 마쳤고 두 번의 투어를 함께 했다.
나는 리허설과 연주마다 이 오케스트라가 주는 깊은 울림에 놀란다. 특히 현악기군에서 주는 따뜻한 음색은 127년간 다듬어 온 내공이 느껴져 소름이 돋을 때가 많다.
예중, 예고, 학부, 석사를 거치며 솔리스트를 위한 연습을 주로 해왔기에 오케스트라에 내 소리를 녹여내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나보다 나이를 100살이나 더 먹은 오케스트라의 고유한 소리에 참여하고 균형을 맞춰가는 것은 늘 걱정과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에게 리허설은 항상 수업 같고 연주는 시험 같았다. 리허설 전까지 곡을 열심히 이해하고 리허설 현장에서는 내 소리가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스며들게 하는 것에 집중하며 귀를 활짝 연다.
체코 필하모니 호른 섹션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소리는 들리지 않고 하나 된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명확히 들리는 순간이 온다. 그럴 때면 음악의 한 요소가 된 나의 소리를 느끼고, 한 명의 단원으로서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쾌감이 든다.
아카데미 단원에 불과하지만 나를 믿고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체코 필하모니 호른섹션 동료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
글 정원철 / 편집 이지호
편집자의 글
현장에서 듣는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는 프로그램을 불문하고 소리 그 자체를 향유하는 것만으로도 매력이 있다. 연주 공간을 이루고 있는 모든 요소를 관현악단의 색으로 물들이는 듯하고 음악의 떨림과 순간에 머물러 있는 것은 잠시 시공간을 잊게 되기도 한다.
소리로 구현되는 예술의 매력은 말 이상의 표현이 있어 평소에는 몰랐던 내면의 무언가를 새로 발견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소리라고 느껴지는 것은 단 한음만으로도 마음을 헤집는다.
글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