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30일 오후 4시 00분
어려서부터 애호가이신 부모님의 영향으로 클래식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특히 교향곡에 관심을 보였던 나는 초등 3학년에 플루트를 전공하게 되었고 악기를 다루는 일에 꾸준히 재미를 느껴 예술중학교에 진학했다.
플루티스트의 꿈을 품고 자라나던 중학생 원철은 수업 중, 말러의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말러 음악에서의 호른은 공간을 부드럽게 감싸는 듯 따뜻한 소리를 만들다가도 때로는 오케스트라를 선도하는 듯한 카리마스 있는 소리를 뿜어냈고, 나는 호른에 완전히 매료되었었다.
그 이후로 교향곡 안에서 들리는 호른의 소리에 집중 되었다. 마치 좋아하는 이성에게 온 신경이 집중되는 것처럼 말이다. 호른을 구경하고 호른의 소리를 듣는 게 좋았다.
점점 플루트를 연습하는 일은 숙제처럼 느껴지고, 인터넷에서 저명한 호르니스트를 검색하며 그들의 연주를 흠모하고 호른의 음향이 주도적인 교향곡을 들을 때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곤 했었다.
정원철이 오디션 여행 중 찍은 호철이
어느 순간 나에게 호른이라는 악기는 그냥 좋아하고 관심이 가는 악기가 아닌 직접 소리 내고 싶은 악기가 되었다. 하지만 열심히 하고는 있었던 플루트에서 호른으로 전공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관악기라는 공통점 빼고는 플루트와 호른은 너무 다른 악기였기 때문이다.
나의 플루트 선생님은 나의 이런 변화를 관찰하고 계셨고 온전히 나를 위해 따뜻한 질문들을 해주셨다. 그리고 진심으로 너는 뭘 하든 잘할 수 있을거라고, 너가 원하고 부모님이 허락하신다면 좋은 호른 선생님을 소개해 주시겠다고까지 해주셨다.
나는 선생님과 부모님의 격려와 지지 속에서 호른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내 플루트 선생님의 나를 위한 진심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호른의 따뜻한 질감은 듣는 이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 호른을 만나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나는 호른을 불며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 때 설레이며 행복하다.
좋은 음악활동 이어가며 아르테위드를 사랑해주는 분들께도 호른의 사랑스러운 점들을 소개하고 싶다.
글 정원철 / 편집 이지호
편집자의 글
아름다운 덕업일치의 순간.
글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