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7일 오후 6시 00분
오늘은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지난 6월 초, 나는 독일 졸링엔(Solingen)을 베이스로 두고 있는 Bergische Symphoniker의 솔로 호른 자리에 최종 합격하였다. 그렇기에 6월 9일, 체코 필하모니 아카데미 단원으로서의 마지막 연주로 아카데미 단원 계약이 해지 되었다.
체코 필하모니의 단원으로서 마지막으로 연주 한 곡은 말러 교향곡 6번이었다. 나는 십 대 때부터 한 번쯤은 말러 교향곡 6번을 연주하기를 꿈꿨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그 거대한 곡을 체코 필 투어에서 여섯 번 프라하세어 정기 연주회로 세 번 총 아홉 번을 연주했으니 체코 필하모니에서의 활동은 나에게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라고 느꼈다.
체코 필하모니가 상주하는 루돌피눔의 드보르작 홀
매일 오가도 질리지 않는 프라하의 풍경과 루돌피눔의 아름다운 홀, 체코 필하모니에서 함께 소리 내는 멋진 단원들은 나에게 늘 영감을 주었고 어렸을 때 부터 동경해온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의 지휘 아래에서 수많은 연주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음악가로서 큰 영예였다.
마지막 리허설이 끝나고, 세묜 비치코프는 단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런 순간들을 위해 삽니다. 그것들은 나의 다른 모든 것들을 가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여러분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비치코프의 마지막 말처럼 나에게 체코 필과 함께 만든 음악은 매 순간 나의 삶에 가치를 주는 순간들이었다. 그리고 깊은 역사를 가진 체코 필하모니와 함께 연주했다는 작은 흔적을 남길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체코필하모니 호른 파트와 호르니스트 정원철
새로운 무대로 떠나게 된 나를 유감없이 축하해 주며 축복해 준 체코 필하모니에게 감사드리며, 항상 나에게 따뜻했던 호른 파트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
독자들께서 앞으로 전개 될 Bergische Symphoniker에서 본인의 활동도 응원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노트를 적는다.
글 정원철 / 편집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