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대학 생활의 마지막인 올해는 검은 토끼의 해이다.
마침 토끼 띠인 나에게 마지막 대학생활인 만큼 의미있는 한 해가 될 것 같은 특별하게다가왔다.
‘검은 토끼’의 검은색은 인간의 지혜를, 토끼는 풍요를 의미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지혜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바람을 담아 검은 토끼를 그리게 되었다.
검은 토끼는 작가 자신을 투영하는 존재이자 나와 비슷한 동년배들이나 내 주변 사람들이다. 즉, 검은 토끼가 작가의 세계관 속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작가는 먹을 담하게 쌓아올려 검은 토끼를 그린다.
적은 양의 물을 먼저 올려주고 먹을 담하게 쌓아주면 자연스럽게 그라데이션이 생긴다.
감정 또한 그라데이션처럼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먹과 감정은 닮아있다. 하루하루 작가가 먹을 쌓아줄때검은 토끼가 완성된다.
완성된 검은 토끼는 하루마다 작가가 다른 감정을 가지고 쌓인 감정의 결과물이다. 이렇게 검은 토끼는 작가가 자신을 투영하는 매개체이자 또 다른 자아가 된다.
작가의 가족, 친구, 주변 사람들 그리고 같은 공간에서 그림을 같이 그리는 동기들은 먹을 쌓아가는 과정에 영향을 준다. 그들과 함께하며 느끼는 감정을 먹을통해 다른 검은 토끼들에게 쌓는다 그렇게 검은 토끼는 작가의 가족, 친구 그리고 동년배를 가리키는 매개체가 된다.
작가는 자신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바쁜 현대 사회에서 무언가에 쫓기며 살아가는 모습을 검은 토끼에 투영하여 그렸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도망치는 토끼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에서 도망치는 작가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도망친 곳에는 낙원이 없다는 말처럼 회피는 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토끼의텅 비어가는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조급해 하거나 회피하기보다는 천천히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 정답인셈이다. 작가는 이 그림을 보는 관람객들도 바쁘게 뛰어오르는 토끼의 무심하고 공허한 표정과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며 다가오는 현실에 조급해 하거나 회피가 아닌 조금은 천천히 마주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