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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민

옛 이야기를 천연소재인 명주실로 명주위에 풀어내고자 한다. 선조들의 용맹스럽고 신비스러운 이야기에 흥미와 매력을 느낀 작가는 작품의 주제를 옛 이야기와 호랑이에게서 가져 온다.
호랑이를 보며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랑이는 백수의 왕이자 슬기로움, 고독과 은둔의 상징으로 평가되며 의협심이 강해 은혜를 보답 할 줄 아는 동물이다.
고독하며 은둔생활,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보은해야 한다는 점 산군이라는 무서운 모습 아래 쾌활하고 멍청하기도 한 해학적인 모습이 나와 겹쳐 보이기 때문일까 호랑이에게 자꾸만 끌린다.
또한 호랑이는 수호신으로 소원을 들어주고 나쁜 것을 물리쳐 주는 신으로 여겨지는데 나 또한 수호신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기에 더 빠져 들었다.
호랑이와 함께 옛이야기는 그 시대의 애환과 해학이 담겨있다. 읽고 있으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하는 듯 빠져들었고 그러한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어 같이 공유하고 싶었다.
자수를 하게 된 것은 운명일까? 무형문화재 자수장 스승님을 만나게 되어 남들과 다른 수련과정을 가게 되었다. 스승님을 만나 10년이 넘는 세월을 바늘만 잡고 지냈다. 너무나 자수가 좋았던 나는 답답하리 만치 자수만 놓았다.
빠른 21세기에 한 올의 실로 표현하는 자수라는 느린 작업은 인정받지 못하는 작업 이였다.주위에서 그런 작업을 왜 하냐는 핀잔과 눈초리는 인고의 과정 이였고 남들이 외면하는 작업,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작업 이였지만 무식하게 해 나가왔다.
작업을 해 나가는 과정은 갈수록 녹록치 않아 힘들고 외로웠다. 하지만 바늘을 쥐고 있을 때 오롯이 나를 찾을 수 있고 가장 행복한 시간인 것을 어찌하리 나는 외로움을 견뎌내며 10년이 넘는 세월을 묵묵히 작업해 나가 왔다.
그러다 나만의 특징이 생겼다. 강박적인 세밀함이다. 턱 한 올 한 올 실로 표현할 때, 붓으로 그린 듯 한 라인 처리, 매끈하게 면을 매울 때, 나는 희열을 느낀다. 세밀한 표현에 입체감과 생동감이 더해져 작품 속 주인공은 살아났다.
전통적인 작업방식과 옛 이야기의 만남은 잘 어우러졌고 완성된 작품을 보며 전율이 흘렀다. 고리타분하다고 외면한 전통을 현대의 우리의 삶 한편에 함께 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호랑이의 여러 의미와 옛 이야기의 교훈, 유머러스함이 현실의 고달프고 힘든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나와 같이 미소 지을 수 있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작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