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술가
home
NEXTPROJECT
home

유지민

작가노트

일주일에 여섯 번, 새벽마다 아쉬탕가(ASHTANGA) 요가를 수련한다. 점심과 저녁 그리고 주말에는 아쉬탕가 요가를 나눈다. 수련자로서도 안내자로서도 아쉬탕가 요가를 사랑한다. 어쩌면 약간의 집착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쉬어야 할 때를 알지 못하고 멈추어야 할 때를 알지 못하고 앞만 보고 수련해온 시간 덕분에 오늘의 그림을 그리는 날을 맞이했다.
인도 전통 수련법에 따라 정해진 순서대로, 선생님이 정해주신 내 진도까지 매일 수련해야 하는 아쉬탕가 요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가량 수련을 마치면 누구나 마무리 자세 세 가지를 수행한다. 그 세 가지 중 처음으로 만드는 자세 - 묶인 연꽃 자세(Baddha Padmasana). 연꽃을 의미하는 파드마사나 자세를 취하고 왼 손가락으로 왼 엄지발가락을, 오른 손가락으로 오른 엄지발가락을 고리 걸어 잡는다.
내가 아쉬탕가 요가를 수련하는 마음가짐은 과연 무엇일까. 아마 셀 수 없이 나열한 <ASHTANGA> 글씨를 옆으로 아래로 써내려간 마음과 얼추 비슷할 것도 같다. 언제 끝날까, 언제 잘할까, 왜 안 될까, 왜 이걸 해야 할까 하는 의문 없이 그저 연속적인 움직임을 행하는 것. 똑바로 열 맞추어 써야 한다는 의무감 없이 그저 한 글자마다 정성도 담고 집착도 담고 애정도 담고 싫증도 담으며 집념으로 채우는 도화지. 수련도 비슷하다. 겉으로 자세를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의무감 없이 수련장으로 향하는 정성, 시작했으면 잘 되든 안 되든 상관 없이 끝까지 마무리해보는 집착, 매트/아쉬탕가를 함께 수련하는 도반/나를 가르쳐주시는 선생님/내 몸을 향한 애정, 매일 똑같은 순서를 반복하는 데에서 오는 싫증. 이 모든 감정을 안고 집념으로 매일 출석하는 일. 아쉬탕가 요가를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길고 연속적인 수련 끝에 만들어야 하는 Baddha Padmasana를 그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수련하는 집념을 보이고자 했다. 그리고 작은 글자로 배경을 채움으로 집념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림을 보고 글을 읽고 아쉬탕가에 대해, 요가에 대해 관심 한 번 가져본다면 충분하다. 아쉬탕가 요가를 수련하는 사람들이 각자 어떤 마음으로 수련하는지 떠올려본다면 충분하다. 그저 나는 이렇게 수련하고 있고 이런 수련을 하는 사람이 그린 그림은 이렇다고 보일 시간이 있음에 기쁘다.